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미믹>에 놀랐다. <헬보이>에 열광했다. <판의 미로>는 사랑한다. 그러나 <퍼시픽 림>은 싫어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나 대체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유독 거부감이 들었던 작품이 있었으니 <퍼시픽 림>이다. 아무리 봐도 일본 전대물(戰隊物)이기 때문이다. 단지 일본색채가 강해서 싫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숱하게 봤던 만큼 익숙함에 따라 호감에 가까워야 하겠지만, 헐리웃의 대자본을 쏟아 부은 어설픈 괴수 전대물이라는 결과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비평가들이나 일명 덕후들에게는 신세경이나 다름없었던 건지 대체로 호평이었다는 건 부연해두자. 덕분에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라는 2편까지 탄생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얼마 전 열렸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찍느라 바빠서 제작 책임만 졌다는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지만 기예르모 감독의 색채는 여전하다.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는 기예르모 감독의 취향과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되었으니 말이다. 즉, 괴수 전대물 덕후들에게는 여전히 어필하기 좋다. 만일 덕후가 아니라면? 이런 뒤죽박죽 짬뽕물에 고개나 젓지 않으면 다행이지 싶다.

1편도 ‘중2병’스러운 전형적인 전개라 캐릭터가 아까운 감이 있었지만 2편은 아예 이야기조차 없다. 보다 완성도 높아진 CG와 비교적 밝아진 배경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이야기 곳곳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지뢰가 도사리고 있어서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중국시장을 겨냥한 개연성 따위는 찜 쪄 먹겠다는 설정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참패하면서 쪽박 차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가 중국에서 흥행한 덕분에 겨우 목숨줄을 부지했다더니, 이런 노골적인 구애가 오히려 반감을 산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거대 로봇물을 좋아하는 터(실제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중국에서 모두 대박쳤다)라 3편도 나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는 일본 전대물 애니메이션 그대로일 것이며 제작은 헐리웃에서, 자본은 중국에서 대는 요지경 조합인 채로 말이다.
 
잘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배우 김정훈(UN의 멤버였던)이 나온다. 딱 한 컷 등장하는데, 눈이 아니라 귀를 쫑긋 잘 세우고 있으면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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