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람] 안희정과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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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람] 안희정과 정봉주
  • 박영식 변호사
  • 승인 2018.03.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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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두 번째 검찰조서 앞서 기자들 앞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봉주는 피해여성이 피해를 주장하는 당일의 행적이라면서 780장의 사진을 들고 나왔다. 성범죄는 단 두 사람의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라 목격자나 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셈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거나 상식이나 경험칙에 반하는 경우, 성범죄 전후에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가 있다면 그 진술은 믿기 어려운 것이 되고 달리 증거가 없다면 유죄로 판결하지 못한다.

특히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간, 심신미약상태를 이용하거나 장애인・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성인간의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아니한 성행위는 범죄와 비범죄의 구분이 쉬운 것이 아니다. 그 경계에 서있는 범죄가 지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강제추행죄이다. 간음은 성교에 이른 것을 말하고, 강제추행은 성교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성욕을 목적으로 한, 성적 수치・혐오를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미투운동’은 모든 성범죄 또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만한 성행위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조직 내 상하 권력관계에 기한 원치 않는 지속적인 성관계로 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봉주의 경우는 미투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은 그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당일 행적을 보여준다는 무려 780장 달하는 사진이 진정한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유명 정치인이라고 하여 하루의 행적이 무려 780장이나 찍힐 수 있는 것인지, 그 사진은 누가 찍었고, 그 찍은 날짜가 피해자가 성추행을 주장하는 바로 그 날인지 확인할 수 없다.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사망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잔혹한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안희정의 경우는 전형적인 미투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자의 주장처럼 안희정이 가진 권력의 위세에 눌려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아 왔다면 말이다. 성행위에 관한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세력이란 어떤 것일까.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해고할거야. 이는 협박으로 강간이나 강제추행죄를 구성된다. 위력은 그런 말로써의 위협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여길 만한 가해자의 힘을 말한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자체가 위 범죄를 성립시키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의 요구를 들어주면 내가 승진될 지도 모른다고 피해자가 생각해서 한 성행위라면 그때에도 위 범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세력에는 불이익만이 아니라 이익의 제공 역시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연애는 근대사회의 징표 중의 하나다. 세계 10위권의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는 억압적 성관계가 횡횡하던 봉건사회에서 지금 막 탈출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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