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새 농장 2곳 염소 20마리 물려 죽어

유기견과 일부 가정집 개 어울려 소행 추정
당국, 개 1마리 포획 그쳐…나머진 계속 활보
주인 없는 개, 피해보상 어려울 듯…‘골머리’

▲ 개떼에 물려 죽은 염소들.

최근 개떼가 가축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잇달아 발생해 농가는 물론 인근 마을주민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 자칫 사람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관계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천시 사남면 주민 최아무개(53) 씨는 지난 2월 6일 화전리 소재 자신의 농장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직장생활 틈틈이 애지중지 키우던 염소 가운데 7마리가 곳곳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염소들은 하나같이 목을 물려 숨져 있었다. 주변에 수소문한 결과 개떼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 사남면사무소와 사남파출소에 신고했다.

이 일이 있기 일주일 전인 1월 29일엔 사남면 소재 삼성초등학교 근처 농장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김아무개(53) 씨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우리에 침입한 7~8마리의 개 무리를 내쫓았다. 하지만 염소 5마리가 이미 개에 물려 죽은 뒤였다. 이어 며칠이 지난 뒤에는 나머지 염소 8마리까지 모두 개떼에 희생당했다.

사남면사무소에 따르면, 개떼에 공격당한 가축은 앞선 두 사례 말고도 닭과 염소 등이 더 있었으나 다행히 부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다. 또 확인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취재 결과 사남면 화전리 일대에는 수개월 전부터 개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다. 주민들은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였으나 점점 두려움을 느꼈다. 무리 중 한 마리가 공격 성향을 보이면 나머지도 덩달아 사나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이 가축을 습격했다는 소식에는 ‘사람까지도 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져 공포감이 깊은 상황이다.
 

▲ 염소농장 주변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 개떼의 습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관계당국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떼에 의한 가축 피해 신고에 따라 사천소방서 119구조대와 경찰이 합동으로 개 포획 작전에 나섰으나 무리 중 1마리만 잡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여전히 마을과 들판을 활보하고 있다.

사천소방서 119구조대 공병문 구조대원은 “마취총의 사정거리가 20미터밖에 안 돼 사실상 포획이 어렵다. 처음 한 마리 잡은 뒤에는 더 더욱 멀리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안 된다”며 포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포획장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개를 사살하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게 강옥만 사남파출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동물보호법도 있고, 또 주인이 있는 개일 수도 있기에 사람을 물거나 하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경찰이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계기관의 대응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남파출소 강 소장은 “이장단회의에 참석해 가축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안내하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또 사천소방서 측도 “특별한 신고가 있으면 출동하겠지만 요즘엔 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천시와 사남면사무소의 대응도 궁색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염소 7마리를 개떼에 잃은 최 씨는 “요즘도 개떼가 돌아다녀 울타리 주변으로는 길이 닦일 정도”라며 “달리 방법이 없어 울타리 단속만 하는데, 언제 또 당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개떼가 염소를 공격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화전마을 주민 이아무개(50) 씨는 “그날 이후 산책하기가 힘들다”며 “마을엔 연로하신 분도 많은데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처를 호소했다.

한편 가축을 습격한 이번 개떼는 몸집이 큰 개 2마리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몸집이 작은 이른 바 ‘땅개’들이다. 또 유기견으로 보이는 개 다수에 일부 가정에서 풀어 놓고 키우는 개 일부가 섞였다는 게 주민들의 추정이다.

하지만 개 주인이 없거나 정확치 않아 피해 농가에서는 피해 보상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