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한국형 셜록 홈즈라고 할 <조선명탐정>이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흡혈귀다. 주·조연은 물론이고 감독과 제작까지 그대로 이어가는 시리즈물인데, <신과 함께>처럼 2편까지는 지금도 여전히 제작되고 있지만 3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본 지가 어언 몇 백만 년 전(아마도 2012년 5편까지 제작된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마지막일 것이다)이던가.

몇몇 예외는 있지만 흔히 ‘전작보다 나은 후편은 없다’고 말하고, 또 대체로 그렇다. 제작사 입장에서 흥행작의 속편을 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일 텐데 왜 이어가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작품성은 차치하고 최소한 관객의 취향에 맞춘다는 기획의도만큼은 성공적이니 말이다. 그 옛날 무려 11편까지 제작된 전설적(?)인 작품 <애마부인 시리즈>만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도 흥행해야 하는데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까지는 아무래도 간당간당하다. 개봉 첫 주 관객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고, 1-2편과 마찬가지로 설날 명절특수가 기다리고 있으나 블록버스터 작품 등 경쟁해야 할 상대가 너무 강력하니 말이다.

사실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3편 <흡혈괴마의 비밀>이 최고다. 다른 모든 것에는 신경 다 끄고 웃음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명민좌’로 불리는 김명민은 코믹 연기를 이렇게나 잘했나 싶고, 특히 천만요정 오달수가 자신이 조역으로 출연했던 세계적 명작의 반열에 오른 그 영화를 패러디할 때는 그야말로 뒤집어진다. 하지만 유머를 강화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안타깝게도 정체성까지 잃어버렸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조선명탐정이 전작에서 그랬듯이 ‘명민’한 추리와 현대적 아이템을 이용해서 흡혈괴마의 비밀을 풀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탐정이 추리보다는 액션활극을 하고 있으며, 흡혈괴마의 비밀은 뭐, 없다. 다시 말해서 전작 덕에 기대가 컸다면 실망도 그만큼 크겠지만, 다 내려놓고 코믹영화 한 편 보겠다는 마음이라면 어느 정도 기대치는 충족시키겠다. 아, 3편 덕분에 1-2편을 다시 보게 된 사람은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흡혈귀와 좀비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서브컬처도 이제 어느 정도는 힘을 받는 것 같다.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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