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이 글의 큰 제목을 인향만리(人香萬里)로 하기로 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의 일부분인데, 이 말들을 간략하게 옮기면 ‘꽃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고 사람 향기는 만 리를 간다.’쯤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송계아(宋季雅)란 사람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고위 관리였는데, 퇴직을 앞두고 노후에 살 집을 고르다가,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친구의 이웃집을 천백만금을 주고 샀다고 한다. 원래 백만금짜리 집을 열배 더 주고 산 일에 대해 여승진이 송계아에 물으니 그의 답이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었다고 한다. 백만금은 집을 산 것이요, 천만금으로는 이웃을 산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은 허풍이 있어 백만이니 천만이니 하는 말을 흔히 쓰고 사람 체취가 만 리를 간다고 예사로 말하지만 그 허풍이 그냥 허풍이 아니라 그럴듯한 비유나 상징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체취와 관련한 한자 성어를 더 꼽자면 유방백세(流芳百世) 유취만년(遺臭萬年)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이름은 백 세대까지 흐르고 더러운 이름은 만 년 토록 남음이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백 세대는 기껏 삼천년 정도일 터이므로 만 년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이다. 향기로운 삶보다도 더러운 삶이 사람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이니 몸가짐을 더욱 삼가고 삼갈 것을 강조한 말로 읽힌다. 따지고 보면 한 번 오명(汚名)을 뒤집어쓰면 그것을 벗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때의 잘못된 생각으로 저지른 일이 평생뿐만 아니라 그 후대 대대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 잘못 후에 뉘우치고 아무리 착하게 살았어도 그 잘못이 사리질 리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만 리를 간다는 사람 향기를 지니고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드날릴 것인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인가. 다가온 선거에 한 몫 끼어야 할 것인가. 도사가 되기 위해 와룡산 입산이라도 해야 할 것인가. 다 아닐 것이다. 그 해답은 우리들 대부분이 예전에 배웠고 우리의 손자들이 코 흘리며 배우는 도덕책에 다 있다. 말도 쉬운 말이므로 아무리 공부를 못 해도 다 잘 익히게 되어 있다. 배운 대로 실천만 하면 된다. 그런데도 그게 왜 되지 않을까. 만 리에 미친다는 그 향내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한 번 욕심은 내어볼 만하지 않을까.

  때마침 엊그제 입춘이 지났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의 싹이 벌써 텄고 그 기운이 느껴지는 때다. 좋은 때를 맞아 분발할 만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사람 향기를 억지로 몸에 묻히려 헤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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