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천포구항 동방파제 해수유통구를 둘러싼 논란

주민들 “목숨이 달린 문제…태풍 이후 한꺼번에 하라”
경남도 “당장 시작해야…‘안전 문제’ 믿고 맡겨 달라”
사업설명회장에서 팽팽한 공방 끝 타협 여지는 남겨
도시재생뉴딜사업 연계한 사업구상· 접근인식 아쉬워

“이건 민원이 아니라 걱정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과 상인들 몫이고 목숨도 왔다 갔다 하는 문제예요~!”

▲ 삼천포구항 동방파제 해수유통구 설치와 관련한 1월 26일 설명회 현장.

삼천포구항 동방파제 해수유통구 설치공사를 앞두고 사업기관인 경남도가 사업설명회 자리를 만들자 주민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경남도 항만정책과 측은 “시공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다”며 당장 공사에 들어갈 태세였으나 주민들은 “태풍 걱정이 덜한 10월 이후에 착공해 한 번에 끝내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특히 일부 상인은 지난해 말 삼천포항 주변지역이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에 포함됐음을 상기하며 이와 연계한 사업 진행을 촉구했다. 이날 양측이 주고받은 대화를 중심으로 해수유통구 설치공사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짚어본다.

먼저 해수유통구 설치사업이 등장한 배경은 이렇다.

삼천포구항은 경남 서부권 최대의 수산물·활어 상권으로 삼천포수협 위판장을 비롯해 용궁수산시장, 서부시장 등 여러 어시장이 둘러싸고 있으며, 각종 어선들의 입출항이 활발해 사천시 삼천포 지역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항만시설 보호와 어선의 안전한 접안을 위한 방파제로 인해 외해(外海)와의 해수유통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 해수흐름의 정체는 수질 오염으로 이어졌고 항 전반에 악취를 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 마련 요구가 높아지자 해양수산부는 2011년 7월에 삼천포구항 동방파제 해수유통구 설치공사를 국가계획인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삼천포구항 관리자인 경남도는 2016년 4월에 해수유통구 실시설계에 들어갔고, 해역이용협의 등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비롯한 각종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에 끝난 실시설계 용역 결과를 보면, 방파제 중간부분 59m를 잘라내어 해수 소통이 가능한 조립식 PC암거를 설치한다. 공사기간은 2019년 4월까지며 사업비는 49억 원을 예상했다.

도는 이 사업으로 인해 현재 20%에 지나지 않는 해수 교환율이 57.8%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8월 삼천포구항 주요 이용자인 어민과 상인들에게 알렸다. 사업설명회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어민과 상인들은 반발했다. 무엇보다 태풍과 해일에 대한 염려가 컸다. 통수구가 신수도 방향으로 열려 있는 데다 태풍이 상륙할 때에는 신수도 양 방면 협로로 높은 파도가 밀려들기에 자칫 해수유통구로 인한 방파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 (사진 위)삼천포항 도시재생 사업 계획도. (사진 아래)해수유통구 설치 사업 위치도.

이날 장시간의 격론 끝에 도는 한 발 물러섰다. 그 해 10월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던 계획을 미룬 채 설계 보완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하여 양측은 올해 1월 26일 동서동주민센터에서 다시 만났다.

양측이 다시 얼굴을 맞댄 건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천포구항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사업설명회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는데도 갑자기 공사를 시작하자 화들짝 놀랐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안전대책 요구가 묵살된 채 공사가 시작되는 것에 분노도 일었다.

그러나 이날 경남도 측은 정식 착공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항만정책과 박규순 주문관은 “공사의 난이도를 판단하기 위한 시범적인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사업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안전 대책의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이른 바 ‘해수유통구 설치공사에 따른 항내 안정성 향상 방안’의 핵심은 해수유통구 바깥 쪽에 테트라포드로 물밑 언덕을 쌓아 파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해수유통구를 통과한 파랑의 최대 파고는 0.6m에서 0.3m로 낮아지고, 대신 해수 교환율은 57.8%에서 51.4%로 내려간다는 게 경남도의 설명이었다. 어민과 상인들의 걱정이 어느 정도 설계에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엔 공사시기를 둘러싼 공방이 일었다. 경남도와 시공업체 측은 당장 공사를 시작해 태풍이 오기 전 방파제 안쪽 공사를 마무리하고 10월 이후 공사를 재개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주민들은 공사를 시작했다가 중단하기보다 오는 10월에 착공해 내년 여름 이전에 끝내주기를 희망했다. 이번에도 쟁점은 ‘안전’이었다.

참석 어민과 상인들을 대신해 대화를 주도한 건 김학록 삼천포구항 도시재생주민협의체 대표였다. 이에 박규순 주무관이 경남도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해엔 업체 쪽에서도 ‘공사를 시작하면 태풍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만큼 위험성이 따르는 것 아닌가?”
“방파제를 완전히 자르면 그럴 수 있지만, 그래서 방파제 안쪽만 먼저 하겠다는 거다. 태풍이 와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큰 태풍이 오면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다. 안쪽만 공사를 한다지만 먼저 한 공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제가 생기면 도나 업체도 타격이 큰 만큼 잘 마무리하겠다.”
“수중 공사로 난이도가 높은 걸로 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법이라 들었다. 여러 모로 불안하다.”
“수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믿고 맡겨 달라.”
“우리는 목숨이 달렸다. 제천 화재, 밀양 참사,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10월 이후 공사 시작해라.”
“앞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데, 그럼 공기 안에 못 마친다. 예산도 한 번 이월시킨 거라 또 늦추기 어렵다.”
“그건 우리가 책임지고 건의하겠다. 공기 늦추고 예산 이월 된다면 하겠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 된다.”

두 주장은 팽팽했다. 그러면서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은 같이했다. 다만 서로의 해석과 입장이 달랐을 뿐이다. 따라서 대화의 마무리는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가 공사를 하라 마라 할 순 없다. 문제는 안전이다. 어민과 상인들의 걱정을 이해해 달라.”
“걱정은 이해한다. 돌아가서 한 번 더 검토해보겠다.”

한편 주민들은 이번 해수유통구 설치공사가 삼천포구항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연계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방파제의 경우 경관조명이 어우러진 산책로로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수유통구 바깥쪽으로는 파도공원을 조성해 휴식기능과 방파기능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삼천포구항 인근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염원과 함께 해수유통구 공사 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만간 경남도에 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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