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 「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이지유 지음 / 웃는돌고래 / 2017

나란히 길을 걷는 나와 동네 똥개. 적어도 내가 얘보단 낫지 싶겠지만, 이유를 대려 치면 금방 다섯 손가락 활짝 펼치기가 어렵다. 인간이 생태계 상위 포식자라고 해서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별똥별 아줌마’로 익숙한 저자는 어느 날 스키를 타다 오른쪽 손목뼈가 부러져 아무 일도 못 하게 된다. 대부분의 일을 도맡았던 손을 쓰지 못해 우울감에 빠지려 하자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 보자 결심한다.

부자연스러운 손으로 서툴게 동물을 그려낸 이 책은 골절이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사람 또한 불완전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동물들만의 특별한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흔히 연못에 떠있는 고니(백조)나 오리가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면 아래의 발버둥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란다. 기름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깃털에 바르는 것만으로도 뜨기 충분하기에, 먹이를 찾기 위함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떠 있기 위해 발을 휘저어 대는 생산성 없는 짓을 동물들은 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그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아직도 백신 테스트를 위해 불쌍하게 희생되는 투구게의 피를 대신할 대체물질을 만들어 내지 못한 점,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과학도 동물들의 신비로운 생태를 다 밝혀내지 못하는 것을 통해 동물을 얕잡아 봐도 되는 존재인지 되묻는다. 또한, 생산성 있는 종을 만들어 낸다는 명목으로 교배를 시도해 나타난 살인 벌의 재앙, 집단 지성과 높은 지능을 가진 돌고래의 삶을 파괴한 사례를 통해 인간이 생명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태계보호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동물들의 귀여운 습성, 재미난 행동을 소개하고 있어 어느 쪽을 펴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명이 없듯이, 전선 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참새 떼도 유심히 보면 배울 것이 있다. 어떤 종이든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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