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마라톤 거리는 제5회 스톡홀름(스웨덴), 제6회 개최 안 함(제1차 세계대전), 제7회 안트베르펜(벨기에) 올림픽 대회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개최지의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여 매회 달랐습니다. 1924년 제8회 파리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거리 문제를 통일하자는 의견이 다시 나와 회의를 거친 끝에, 당시 스포츠 행사에 국제적 영향력이 가장 컸던 영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4회 런던 올림픽 대회 때의 거리인 42.195km를 정식 거리로 채택합니다.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까지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마라톤 대회는 1931년 3월 21일 경성과 영등포 간 왕복 23.2㎞의 거리를 달린 제1회 동아 마라톤 대회입니다. 지금은 매년 3월 셋째 주 일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하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까지 경기를 펼치고 있는데, 올해는 2018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겸 제89회 동아 마라톤 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합니다.
 
보편적으로 대회는 규모에 따라 1-4개의 세부 종목을 가지는데, 대회명은 앞에 지역 이름을 붙이고 풀 코스 종목의 유무에 따라 000 마라톤 대회 또는 000 하프 마라톤 대회라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마라톤 종목은 건강 달리기(5km), 단축 마라톤(10km), 하프 코스(21.0975km), 풀 코스(42.195km) 등 네 가지로 나눕니다. 

저는 1998년 10월에 열린 제9회 상록 (초·중·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해 갔다가 호기심에 대회 관계자에게 사정을 말하고는 번호표를 얻어 10km를 무작정 뛰었던 것이지요. 이 대회는 삼천포상록회라는 지역 봉사 단체가 주최한 것으로 달리기를 통해 우수한 기록으로 입상한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여러 부상품을 수여하여, 학생들의 체력과 학력을 두루 신장시키며 격려를 해 주었던 매우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후 일반인도 뛸 수 있도록 참가 범위를 확대하여 치렀는데, 아쉽게도 대회는 2004년 제1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이미 2000년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다양한 많은 대회가 열리는 실정이었지요.  

제가 공식 대회에 최초로 참가한 것은 1999년 3월 경주에서 열린 제70회 동아 마라톤 대회 풀 코스였습니다. 10km와 하프 코스의 공인 기록도 없는 상황에서 겁도 없이 덜컥 풀 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지요.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요. 마라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고 귀동냥한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의욕만을 앞세워 과감히 길 위에 몸을 던졌습니다. 설렘과 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출발 신호를 알리는 총소리를 기다리며 출발선에 서 있는 기분은 정말 짜릿하고 황홀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105리 길 42.195km와의 치열한 싸움의 서막을 열게 되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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