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병원, 국민신문고에 민원 제기…사천시, 감사 들어가

A병원 “모든 상속인 동의 요구는 부당…담당자 처벌하라”
보건소 “상부기관 문의하며 신중 처리…억울하고 황당”

▲ 사천시보건소가 관내 한 병원의 의료기관 개설자 명의 변경 민원을 고의로 회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보건소 전경.

사천시에 소재한 A병원이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 과정에 사천시보건소의 계획적인 방해가 있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보건소 측은 “민감한 내용이라 상부기관에 문의해가며 신중하게 처리했던 일인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병원은 올해 초 정부의 인터넷 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 2000년에 의료기관으로 개설했다. 당시 개설자는 정아무개 씨. 그러나 사업자등록증에는 정 씨와 함께 김아무개 씨도 공동사업자로 명시된 상태였다. 두 사람은 당시 부부였고 둘 다 의사였다.

이와 관련해 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개설 시 지금은 3명까지 공동명의 표기가 가능하지만 당시엔 1명밖에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남편만 개설자로 하고 사업자등록증엔 공동사업자 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병원은 ‘부부의사 병원’으로 알려지면서 10여 년간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병원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의사 부부는 소송 끝에 2016년 2월 이혼에 이르렀다. 당시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정 씨는 이후 다른 여성 B씨와 혼인했으나 그해 9월 15일 숨을 거뒀다.

그러자 A병원의 공동사업자인 김 씨와 B씨 사이에 병원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생겼다. 김 씨는 자신이 공동사업자이고 사실상 병원을 공동 개설했으니 개설자 지위승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자에 해당하는 세 자녀는 어머니인 김 씨의 뜻을 따랐다. 하지만 상속자 중 한 사람인 B씨는 지위승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양쪽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 승인기관인 사천시보건소로 눈이 쏠렸고, 보건소는 B씨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 씨의 세 자녀가 김 씨의 지위승계에 동의한다고 하나 또 다른 상속인인 B씨가 동의하지 않으니 명의 변경을 해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김 씨는 정 씨가 숨진 뒤 한 달여 만인 10월 21일, 병원이 B씨에게 일정한 채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확약서를 써 주고서야 지위승계 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고, 보건소도 명의변경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병원 측은 “당시 많은 환자와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서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담당공무원이 의도적으로 개설자 변경을 막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났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직원들 여론에 따라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 주장은, 당시 보건소가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질의·회신한 결과 모든 상속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 개설자 명의 변경이 가능함을 알면서도 고의로 이를 숨기고 명의 변경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천시보건소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취재 결과 시 보건소는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두 차례 질의했다. 첫 번째는 정 씨가 살아 있을 때인 2016년 8월 24일에 질의해 9월 6일 회신을 받았다. 결과는 ‘사업자등록증 상 공동사업자라 해도 의료기관 개설 허가증 상 공동개설자가 아니면 명의 변경을 해주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논란이 이는 것은 두 번째 회신이다. 질의는 정 씨가 숨진 직후인 9월 22일에 했고 10월 7일에 답이 돌아왔다. 회신 요지는 ‘대표상속 또는 공동상속 여부와 상관없이 민법상 상속인에 해당하는 자는 행정절차법 제40조에 따라 행정청에 당사자 등의 권리 또는 이익을 승계한 사실을 통지하면 당사자 등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거였다.

▲ A병원장이 B씨와 맺은 확약서. 병원측은 사천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병원 측은 “상속인의 모든 동의를 구하라는 내용이 없으니 개설자 명의 변경을 해줘도 무방하다는 얘기”라며 “‘2인으로 구성된 조합에서 1인이 사망했을 경우 그의 권한이 자녀에게 상속되지 않고 남은 1인에게 귀속된다’는 판례도 있는 만큼 명의 변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소 관계자는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 이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지 않으면 지위승계를 받을 사람이 여러 명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럴 땐 허가기관이 어찌 해야 하나?”고 반문하며 “그래서 법무팀과 협의해 추가 질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에 법률 자문을 해주는 정부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정확한 규정이 없긴 하나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회신이 19일 돌아왔다”며 “다행히 이틀 뒤인 21일 (B씨의)동의서가 들어와 마무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 판례는 이번 것과 좀 다르다”며 “1년이 훨씬 더 지난 얘기를 이제야 들고 나오니 황당하고 억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소 측의 이런 해명에도 병원 측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시 병원 핵심관계자와 나눈 대화와 정황 등으로 봤을 때 B씨는 이미 자신의 동의 없이도 병원 대표자 명의 변경이 가능함을 알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건소 업무담당자와 긴밀히 공유하고 있었다는 의심이다.

국민신문고에 올린 병원 측 민원이 사천시로 이첩되자 시는 곧 감사에 들어갔다. 박재령 공보감사담당관은 “민원이 접수된 만큼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겠다. 업무에 부적절함이 있었다면 상응한 책임을 묻겠지만 담당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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