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에 재미있는 버디무비가 등장했으니 바로 <레인맨>이다.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이 영화 덕분에 새로운 전형이 탄생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후에 등장한 비슷한 영화는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모조리 아류로 취급당하는 불운으로 작용을 했다. 그렇다면 <그것만이 내 세상>은 불운의 그물을 벗어났을까? 연기력 충만한 배우들이 속칭 ‘하드캐리’하는 덕분에 이야기는 줄기차게 이끌어가지만, 고루한 쌍팔년도 신파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니 욕이나 들어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각본 겸 연출을 맡은 최성현 감독은 그 흔한 웹소설도 읽지 않는가보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한편씩 연재하는 웹소설은 3천자 또는 5천자의 짧은 분량에도 극적 구성을 모두 녹여낸다. 그것도 모자라 이어질 에피소드를 위한 복선, 일명 떡밥도 수시로 투척했다가 깔끔하게 회수를 해서 완결성을 높이는데 <그것만이 내 세상>에는 쓸데없는 사변을 늘어놓기만 하고 불필요한 떡밥은 아무렇게나 눈감고 난사하더니 끝내는 나 몰라라 내팽개쳐버린다.

막장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재벌급 부자와 얽히고설킨 주인공,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못 견뎌 뛰쳐나간 엄마의 숨겨진 사연과 음악천재인 서번트증후군의 배다른 동생 등 뭐 이런 정도야 얼마든지 용인 가능한 클리셰 수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체 어느메 쯤에 공을 들인 흔적이 있단 말인가.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58억 원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디에 들어갔을까. 이야기를 다듬고 연출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손익분기점이 210만 명이라고 해도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만, 이것도 투자배급사 덕분이지 관객의 사랑을 받아서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흥미가 생기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배우들은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개떡 같은 영화를 연기력 하나만으로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니 말이다. 사생활은 몰라도 연기로는 깔 게 없다는 이병헌, <동주>에서 송몽규 역할로 감탄사를 절로 터뜨리게 만들던 박정민 그리고 윤여정까지. 영화를 날로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기 잘하는 배우를 주연으로 섭외한 후에 투자배급사를 잘 만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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