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작년 초여름에 터미널에는 삼천포와 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 요금이 인상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크기의 안내문에는 몇 대의 버스를 제외하곤 약 30%의 요금을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천시에서 살면서 서울을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 안내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영락없이 요금은 인상되었다.

왜 갑자기 30%의 요금이 인상되었을까? 안내문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면 ‘시외버스 우등버스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공포(16.1.6)’가 되었는데, 시외버스 운송 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의 종류에 시외우등버스가 추가되었고, 시외우등버스 요금을 일반·직행버스 요금 대비 1.3배(30%할증)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요금이 30%가 인상될 수 있었던 것은 법 개정에 따라 적법하다 할 수 있지만, 승객의 입장에서는 뒷맛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상배경을 보면 씁쓸하기 보다는 은근 화가 난다. 그 배경이라는 것이 ‘차별화된 버스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우등형 및 프리미엄 버스 도입’이라는 설명에는 아연 실색할 수 밖에 없다. 삼천포와 서울을 오가는 노선에는 프리미엄 버스가 도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결국 우등형 버스를 도입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의 요인이 되었다고 해석 할 수 있는데, 도대체 ‘차별화된 버스 서비스 제공’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지금 운행되고 있는 노선에서 ‘우등’과 ‘일반’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무엇인지 가늠해 낼 수 없다. 혹시, 운수회사에서는 이제껏 우등요금을 받아야 하는 우등형 버스를 일반으로 운행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동안 너무 많은 손해를 보고 운행을 감내했던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똑같은 버스에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만 30%를 인상했단 말이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요금인상이다. 우등버스 요금이 적용되는 도시가 사천시만은 아니다.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많은 도시에서 우등버스 요금을 받는 시외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일반과 우등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른 채 승객들은 돈을 더 지불하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가까운 이웃 도시인 진주에서 서울로 운행되는 노선엔 우등버스가 없다. 새로 도입된 제도가 인상의 요인이라면, 사천시에는 적용하고 진주에는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주에는 고속버스 노선이 있으므로, 고속버스와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진주에서 서울로 운행되는 노선은 우등형 버스를 투입했으므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자동차운송사업법에 따르면 시외버스 요금인상은 버스회사가 소속된 해당 시·도지사가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경상남도 도지사가 똑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외버스에 사천에선 요금을 인상하고, 진주에선 인상하지 못하게 했단 말과 같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사천시에 거주 한다는 이유만으로 홀대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하면 너무 과장된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떨떠름하다. 사천시의 소관 업무는 아닐지라도, ‘시민이 먼저’인 사천시는 시민을 위해서 뭔가 나서 줄 생각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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