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영화 포스터.

재개봉영화 열풍은 결국 좋은 영화는 극장에 다시 걸어도 흥행이 된다는 경제성논리로 시작을 했다. 아무튼 관객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 바람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인생영화 한 편이 다시 극장에 걸렸다.

잡지사 필름현상부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월터 미티는 16년간 근면성실하게 직장인의 본분을 다했다. 그러나 이 동네나 저 동네나 속에 든 말을 못하고 사는 것은 똑같은 법이라,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고 참고 또 참기만 한다. 즉,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은 우리 곁의 여느 소시민의 모습과 똑같다. 크게 바라는 것 없고 그저 일상의 평화를 누리고 싶을 뿐이다. 가끔씩 상상을 통해 직장동료와 데이트를 하고, 밉상인 직장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도 주먹다짐을 하는 공상을 통해 푸는 게 전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장인의 무사평안은 살랑대는 미풍에도 하염없이 나부끼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상상만 하던 세계로 억지로 발을 내딛게 만든 건 지독할 만큼 잔인한 현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합병되면서 청춘을 바쳐 만든 자그마한 자리는 순식간에 간당간당해진다. 그래서 월터 미티는 사라진 필름 한 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진작가를 찾아 그린랜드와 아이슬랜드와 히말라야까지 찾아 나선다. 그렇게 쫓기고 내몰리듯이 나아간 거친 세상에서 주인공이 겨우 얻은 것이라고는 밉상 직장 상사에게 똑바로 살라고 직언할 수 있는 용기가 전부다. 아, 암울한 현실이여!

어느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작은 용기가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갈 날에 큰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비록 현실은 여전히 개떡 같고 앞날은 불투명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꾹꾹 참고 버텨온 이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들에게 잘 견뎌왔다고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고 하는데, 새해에는 그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소시민들이 행복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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