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우리 반 일등은 외계인>

▲ 「우리 반 일등은 외계인」비르지니 엘 삼 / 스콜라 / 2017

몇 년 전부터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표현이 대중들에게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엄마친구아들(딸)’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한 웹툰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유행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춘 완벽한 남자 혹은 여자를 뜻하는 단어이다. 이는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존재와도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엄청난 엄친아가 등장한다. 그것도 우리 반에서...

일등은 항상 학교에 일찍 오며, 받아쓰기를 할 때 틀리는 법이 없어 수정 도구가 필요 없다. 수학이라면 모르는 게 없으며 수업시간에 절대 하품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복습을 한다. 그래서 10점 만점 시험에서 9점만 받아도 엉엉 울기 일쑤다. 또한 일등은 머리에 이가 생긴 적이 없고 언제나 단정하며, 입에서는 상쾌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넌 수업시간에는 늘 아슬 하게 도착하고, ‘맞춤법’이라는 글자만 써도 한군데는 꼭 틀린다. 수업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을 해댈 뿐 아니라, 쉬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놀기 바쁘다. 그리고 넌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머리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공책에 앉은 파리에게 입김을 내뿜으면 파리가 기절할 정도로 입 냄새가 심하다.

글쓴이는 마치 엄마가 모범생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처럼, 제3자가 일등과 나를 대비하여 이야기 하듯 표현하고 있다. 부모의 마음은 프랑스나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이 책 첫 장과 마지막 장을 빼고는 어디에도 일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일등과 같은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 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이름도 없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엄친아로 인한 스트레스는 청소년기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다. 다수의 교육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가 부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 매일 행복하고 자존감이 팍팍 클 수 있도록, 상위 2%에 속하는 친구아들(딸)이 아닌 98%의 모든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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