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매립지 둘러싼 헌재 권한쟁의 첫 공개 변론 쟁점

사천 “매립 전 사천 관할 바다…장래 조세권 침해”
고성 “30여년 간 배타적 실효지배…행정효율 고려”

▲ 삼천포화력발전소 주변의 2015년 위성사진. 매립지 가운데로 지나는 빨간선이 대략적인 사천과 고성의 옛 경계다.

삼천포화력발전소 건설 당시 바다를 메워 생긴 땅 일부의 관할권을 놓고 사천시와 고성군이 치열한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 헌법재판소에서 1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사천시는 매립 전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매립지 일부 토지 관할권이 시에 있다고 주장했고, 고성군은 30여 년 이상 실효지배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쟁점이 된 토지는?
이번 권한쟁의 심판의 쟁점이 된 토지는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810-1번지(1만4156㎡-도로)와 810-2번지(64만3216㎡-잡종지) 내 일부 부지다. 이곳은 삼천포화력발전소 땅으로 회처리장(=회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1978년 10월 24일 건설부장관으로부터 삼천포화력발전소(1,2호기) 부지조성 및 진입도로 축조사업 계획을 승인 받았다. 이어 1982년 2월 11일 석탄을 연소시킨 후 발생하는 회를 처리하기 위한 회사장 부지(95만8230㎡)로 고시했다. 1984년 9월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 조성과 진입도로 축조사업이 준공돼 준공인가 조서에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810-1 도로, 810-2 잡종지로 각각 등재됐다.

#사천시 주장
이날 사천시는 과거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경계로 삼천포화력발전소 제1, 제2 회사장 부지 중 17만9055㎡가 사천시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사천시 관할 바다의 일부가 매립되면서 고성땅에 일방적으로 편입됐다는 것. 시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1918년 제판해 1921년 발행한 지형도, 국토지리정보원이 1973년 편집해 1979년 인쇄한 국가기본도와 1982년 인쇄한 국가기본도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시는 “공유수면을 메운 매립지는 헌재의 이전 심판례(2000헌나2 등)에 따라 매립 전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해당 토지가 포함됐던 해수면은 사천시 사등동 주민들이 동대만이라고 칭하는 지역으로, 사등동 어촌계 주민들의 생계터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건 등록지 인근에 사등동 삽재마을과 모랫동 마을의 공동어장이 있었고, 관행어업 또한 성행하던 장소라는 점을 언급했다. 여기에 사천시(옛 삼천포시)가 어업지도와 어업단속 행위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했던 곳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시는 1982년과 1983년 하이면 주민들이 사천시에 편입해달라고 요청했던 자료와 신문기사 등을 강조했다. 또한 시는 해당 토지 인근 주민 대다수가 사천시 동지역(삼천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재래시장이나 마트를 이용하고 병원 진료를 받고 있으며, 하이면초등학교 졸업생 대다수가 사천시 동지역 중고교에 진학하는 등 사천시 동지역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남동발전 삼천포본부 근무 직원 중 하이면 거주자는 11.5%인데 비해, 사천시 거주자가 86.4%에 이르는 점 등을 언급하며, 주민 생활권과 행정권이 일치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사천시는 1976년 건설부 고시에 따라, 고성군 육지경계선까지 삼천포시 공업지역으로 지정된 점을 언급했다. 해당 부지는 구 삼천포시가 공업지역 용도에 맞게 자유로이 개발 이용이 가능했던 곳이라는 것. 사천시는 발전소 피해 관련 언론기사 등을 거론하며, 지역자원시설세 배분 등 여러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고성군 주장

반면, 고성군 측은 “사천시가 근거로 제시한 국가기본도 등 지형도가 측량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며 “지형도를 발행하는 국토지리정보원 스스로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을 획정하기 위해 해상에 선을 그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전의 행정관습법에 의하면 이 사건 매립지와 매립진행지는 고성군의 관할구역임이 분명하고, 이미 시효취득 수준에 이르렀다”며 “전체 발전소 부지의 일부인 이 사건 매립지도 매립 직후인 1980년대 중반쯤 고성군에 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립 전 공유수면은 고성군이 어업면허관리 등으로 지배하던 곳이어서 고성군이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맞섰다.

특히, 고성군은 “30년 이상 발전소 부지와 함께 매립지를 배타적으로 실효지배 해왔다”며 “과세 및 환경영향평가 등 지방행정 업무의 실효적 지배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2015년까지 사천시가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성군은 “해상경계가 아닌 매립지경계의 경우 해상경계에 관한 과거 헌재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며 “이 사건과 같은 매립지는 공유수면이 새롭게 육지로 형성된 것으로, 기존의 해상경계선에 따른 경계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성군 측은 “이 사건의 매립지(매립지 진행지 포함)를 고성군 관할로 인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공공성에 부합하는 행정”이라며 “이 사건 발전소 부지와 매립지는 고성군 육지로 이어져 있고, 관련 도로망도 고성군에서 관리하는 국도와 지방도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고성군 측은 “사천시가 지원금을 더 받을 심산으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획일적 경계를 정한 기존의 헌재 판례만을 근거로 해 ‘밑져야 본전’식으로 이 사건의 매립지 일부라도 사천시 관할로 변경을 꾀하고자 한 것”이라며 “삼천포화력으로부터 사천시 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으므로 피청구인 고성군의 관할구역을 좀 나누어 달라는 억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참고인 진술은?

헌재는 헌법 관련 교수들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쟁점 검토를 부탁했다. 헌재가 검토가 요구한 쟁점은 △매립지의 육상경계 획정 시 매립 전 종전의 공유수면상 해상경계를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매립 후 잔존 공유수면의 이용권한, 관할 또는 경계선을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지 △매립의 주체나 기획자, 비용부담자가 매립지의 관할을 정하는데 어떠한 지위를 가질 것인지 △매립지의 육상경계 획정 시, 시효 취득과 같은 요소가 고려될 여지가 있는 지 등에 대해 물었다.

사천시 측 참고인으로 나온 곽상진 경상대 법대 교수는 “매립지의 육상 경계 획정시 공유수면상 해상경계에 대한 법령상 명시적 규정이 없는 만큼 행정관습이 30여 년 행사됐더라도 헌재 심판례 등에 따른 합리적인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장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천시가 주장한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이 근거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고성군 측 참고인 김주영 명지대 법대 교수는 “이 사건의 분쟁은 장래의 자치권 행사를 위해 관할지 반환을 청구한 것”이라며 “해당 부지가 사천시에게는 ‘있으면 좋은 땅’이지만 고성군에게는 ‘없으면 안 되는 땅’인만큼 약자 보호 법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서로 주장 반박

사천시는 30여년 간 해당 매립지를 실효 지배했다는 고성군에 주장에 대해, “고성군에 토지를 등록할 당시는 관선시대였다”며 “단체장 선거를 통한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는 1995년 시작됐다. 1980년대 중반 경에 이루어진 이 사건의 지번 부여 등에 이의제기는 불가능했다. 이 사건의 매립지 관할 권한에 대한 행정관습법 및 불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고성군은 사천시의 환경 피해 주장에 대해, “고성군보다 사천시 인구가 많기 때문에 빚어지는 당연한 결과일 뿐”이라며 “관할에 대한 쟁점이 아니라 지원금 배분 문제다. 더구나 매립지는 회사장으로 사용돼 거주주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어업면허 등 당시 해상에 대한 실효지배 주장은 사천시와 고성군 모두 주장했다.

#앞으로의 전망?

사천시는 해당 부지에 대한 감정을 신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헌재의 현장검증도 요청했다. 헌재는 이후 추가 자료 검토 등을 거쳐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추가 변론도 있을 수 있다. 경남도와 전남도 역시 해상경계 문제로 분쟁 중에 있어 이번 헌재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바다 매립지의 관할을 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나올지, 아니면 매립 전 해상 경계가 기준이 될지 큰 관심거리다.
헌재 판결을 통해 사천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사천시 역시 발전소 소재지가 될 수 있어 지역자원시설세 등의 일부를 배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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