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지금까지 대중에 알려진 수많은 슈퍼히어로 가운데 역대 최고의 히어로를 하나만 고르라 한다면 백이면 백 DC코믹스 출신일 것이다. 최근 들어서 마블히어로가 많이도 등장했다만 지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붙들고 물어보라.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은 몰라도 슈퍼맨을 모를 리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DC코믹스의 캐릭터를 내세워 영화만 만들었다 하면 비교하는 것도 미안할 만큼 졸작을 양산해 낸다.

<저스티스 리그>는 말 그대로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이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며 똘똘 뭉쳐서 등장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마블 슈퍼히어로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어벤져스>와 동일한 구조로 닮은꼴이자 대척점이다. 한 명만 등장해도 충분할 텐데 무려 다섯이나 되는 슈퍼히어로가 등장을 하니 최소한 다섯 배의 재미는 보장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화만 나고 본전 생각만 난다. 이토록 엉성한 만듦새를 가지고 통할 거라고 봤을까.

일단 감독 선정부터 그렇다. 남성의 몸매가 열일했다는 <300>이 최고의 히트작이며, 기본적으로 구성보다 화려한 영상에만 집중을 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에서 DC코믹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뭐 잘 찍었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거하게 말아먹는 분위기다.
 
영상은 그렇다 치고, 구성이라도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캐릭터들의 파워 게인(gain) 조절이 엉망인 것도 문제다. 슈퍼맨만 있으면 세상을 혼자서 구할 수도 있다는 부실한 내용은 둘째 치고, ‘원더우먼’에 대한 홀대는 어인 일인가. 최근 들어서 무너져가는 DC진영을 되살려낸 캐릭터가 ‘원더우먼’인데, <배트맨 vs 슈퍼맨>에서 거의 비슷한 힘을 가진 것으로 이미 등장을 했었다. 그러나 붕어 아이큐를 지닌 DC 제작진은 그것마저 잊어먹었는지 ‘슈퍼맨'을 보고 꺅꺅 거리는 소녀팬 수준으로 만들어 놨다.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었던 <배트맨 vs 슈퍼맨>이 그토록 욕을 먹었던 이유는, 엄마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용서와 화해와 공감을 하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사태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번에도 똑같은 전철을 밟는다. 즉, ‘배트맨 vs 슈퍼맨-엄마 때문에’라고 한다면 ‘저스티스 리그-엄마를 찾아서’라고 정리가 된다.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모성을 강조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뭔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어벤져스> 때문에 마음 급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꼴뚜기가 뛴다고 망둥이가 뛴다’는 속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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