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간담회에서 ‘KAI 정상화’에 강한 자신감 밝혀

“성장 위해 민수사업 해야…민항기 개발 탐색 중”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조직 추스르기는 ‘신중론’
KAI-사천시 관계 전망에 “옛날 같은 일 다시는 없어”

▲ KAI 김조원 신임 사장이 17일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새 수장을 맡은 김조원 사장이 지역 언론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향후 KAI를 이끌어 갈 밑그림을 밝혔다. 그는 “KAI를 세계 5대 항공업체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민수 항공시장 참여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17일 KAI개발센터 대회의실에서 가진 언론인 초청 간담회 인사말에서 “지난 추석 무렵까지도 KAI 사장 될 줄 몰랐다”면서도 “서부경남에서 태어난 제가 사장이 되는 순간 KAI는 정상화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지역사회가 많이 밀어주리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미래 성장 제조업으로 반도체, 로봇, 항공우주 세 부문을 꼽고 “그 중 하나가 우리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KAI가)군수기 생산에 의존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수요가 폭발적인 민수기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종합부품사업의 성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항공정비사업인 MRO사업을 군수사업 이후 지속적으로 가져갈 사업으로 꼽으면서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산업의 원만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힘을 모아야 하고 이를 위한 소통에도 힘쓰겠다는 뜻도 전했다.

김 사장은 특히, “얼마 전 있었던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지난 2015년 하반기에 사천시와 KAI 사이에 일었던 불협화음을 겨냥했다. 그는 공직에 몸담았을 시절, 송도근 시장과 친분이 두터웠음을 상기하며, “상호 협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김 사장은 항공산업의 지역적 배경으로 ‘사천’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경남’ ‘서부경남’ ‘남해안’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경남의 언론인들을 의식한 이유도 있겠지만 항공산업을 서부경남과 남해안을 대표할 정도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지역적으로 사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도 담았을 수 있다.

▲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 중인 김조원 사장

다음은 김조원 사장과 지역 언론인들이 나눈 질의응답의 일부다.

#지난 여러 일로 직원들 사기가 바닥이다. 사기진작 방안이 있는가?

=그건 내년에 검토하겠다. 올해는 자숙하고 반성하고 스스로 희생할 때라 생각한다. 실적이 나아지고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느낌이 왔을 때 하겠다.

#수리온에 대한 말이 많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표이사로 내정된 뒤 수리온을 실제 운용하는 조종사를 직접 만
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지난 30년간 운행해 본 헬기 가운데 가장 좋은 헬기가 수리온이라 했다. 심지어 ‘수리온을 참모총장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그만큼 수리온은 우수한 헬기다. 감사원,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협의하고 있다. 11월 중, 늦어도 연말까지는 전력화 재개가 가능할 것이다.(실제로 이날 오후 국방부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수리온 전력 재개화를 선언했다.)

#APT사업 전망은?

=APT사업은 미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으로 물량은 350대 가량이다. 관심을 갖는 회사가 5개 정도인데, 현재 록히드마틴사와 보잉사가 제안가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KAI는 록히드마틴사의 협력업체이다. 록히드마틴이 일을 따면 우리가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전체 중 70%를 우리가 맡게 된다.

우리는 록히드마틴이 보잉에 이기게 해야 한다. 제품에선 우리가 분명 앞서는데, 문제는 제안가다. 록히드마틴은 제안가를 더 낮출 수 있도록 우리에게 압박을 주고 있고, 우리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사업자 선정 시기는 내년 3월쯤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0 아니면 100이다. 제안가가 1원이라도 낮으면 되고 높으면 안 된다. 금액이 관건이다.

▲ KAI 신현대 생산본부장이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민수부문 사업을 강조했는데,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사업도 검토하는가?

=군수는 아주 작은 시장이다. KAI를 한 단계 높이려면 반드시 민수사업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한 일이다. 지금 어떤 민항기를 중점적으로 할지 탐색 중이다. 확신이 서면 독자적으로 할 건지, 손을 잡아서(=국제공동개발) 함께해야 할 건지 결정할 것이다.

2020년까지 결정하고 2022년부터 완전 착수하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부품산업 성장, 밑바탕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외국 부품으로 조립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개선 방향은?

=예전에 경남과기대 총장으로 있을 때 전임 정해주 총장이 KAI 사장으로 계셨기에 그때부터 KAI를 잘 지켜봤다. 대단히 훌륭한 회사로 알고 있었는데, 약 1년 전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KAI 전체 문제가 아니라 한두 분들의 일탈이 문제였을 것이다. 인사나 회계 등... 과욕이었다고 본다. 이 문제의 정리에 있어, 주도적으로 고의로 잘못한 것은 엄벌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울 수는 없으니, 직원들과 숙의해 판단하겠다.

#경영혁신 한다고 했는데, 어찌 하고 있나?

=혁신의 기본 방향은 모든 것을 국제 기준에 맞춘다는 것이다. 회계, 전산 등 모든 관리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추겠다. 지역 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 만큼 투명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언론도 늘 지켜보고 질책해 달라.

#협력업체,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은?

=기본적인 KAI 자세가 당기순이익만 높이는 장사치가 되어선 안 된다. 아주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일에 KAI는 마지막 일을 하는 셈이다. 부품을 만들고 하는 건 200여 개 협력업체다. 이분들을 똑 같이 보고 가겠다. 예를 들어 원가절감의 부담을 협력업체에만 지우지 않고 고통을 같이 지겠다. 모든 자금 흐름을 같이 하겠다. 지역사회를 위한 환원사업도 더 넓혀 가겠다.

#사천시와의 관계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송도근 시장과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잘 아는 사이다. 연배 차이는 나지만 늘 여행도 같이 다니고, 친구처럼 대해 주셨다. 앞으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이전과 같은)그런 우는 안 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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