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사천의 도시재생 어떻게 할까?
② 풀뿌리 주민자치 바탕에 둔 광주 남구청 사례

도시의 급속한 성장과 신시가지 중심 개발에 밀려 쇠락해진 원도심. 여기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도시재생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이 사업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천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그리 쉽지만은 않음이 먼저 시도하고 있는 지자체들 경험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다른 지자체의 앞선 노력을 살피고 사천에 알맞은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의 일명 펭귄마을 전경. 평일임에도 골목에는 관광객들이 발길을 이었다.

사천의 도시재생에 도움이 될 만한 곳으로 뉴스사천이 두 번째 주목한 곳은 광주광역시 남구이다. 굳이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마을(=동) 별로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풀뿌리 민주주의 모습으로 마을 만들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 동구의 경우 국토부가 2014년에 선정한 도시재생 선도지역 중 하나로서 ‘문화도시’를 슬로건으로 도시재생에 힘쓰고 있지만 전반적인 사업 진행이 더딘 편이다. 여기에는 구청장 교체를 비롯해 도시재생지원센터장과 센터 구성원 등 전문가들의 잇따른 변경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재생에 있어 행정의 든든한 지원과 전문가 그룹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광주 남구의 경우 행정과 전문가의 뒷받침 속에 마을주민들의 참여가 빛을 내는 곳이다. 그 중심에 마을공동체협력센터가 있다.

▲ 마을공동체네트워크 민문식 센터장(사진 오른쪽)과 월산4동 마을네트워크 이동균 총괄리더가 사업 계획에 관해 의논하고 있다.

알토리로 마을 빛깔 찾기

광주 남구 마을공동체협력센터는 2012년에 출범해 활동에 들어갔다. 1990년대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치공동체 움직임이 광주 마을공동체네트워크로 이어진 가운데 2000년대 후반 들어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이 등장하면서 주민 중심의 마을만들기가 탄력을 받은 결과물이다.

10여 년 간 마을만들기 운동에 힘써 온 민문식 센터장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전엔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마을주민들이 주인공이에요. 행정과 전문가들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죠. 주민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센터가 하고 있습니다.”

▲ 양림커뮤니티센터.

마을공동체협력센터가 추구하는 목표는 마을 자치 실현에 있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알토리로 마을 빛깔 찾기’다. ‘알토리’란 ‘알고, 토론하고, 정리하자’의 줄임말인데, 마을학교나 연구회를 만들어 마을의 역사나 특징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어 주민워크숍을 열어 토론으로 내용과 깊이를 더한 뒤 이를 정리해서 마을의 제 빛깔을 찾는 것이 광주 남구 마을만들기의 전형이다.

그 결과로 남구 16개 동이 저마다 고유의 빛깔을 찾았다. 도심 속 슬로시티를 만들자는 뜻에서 달뫼달팽이마을, 수박을 지고 고개를 넘던 곳이라 하여 수박등마을, 예전에 까치가 많이 살던 곳이서 오순도순까치마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는 뜻에서 노들행복안심마을, 도심과 이어주던 뽕뽕다리가 명물인 관계로 뽕뽕다리마을, 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꽃이 많다 하여 꽃피는방젯골, 근대 역사의 발자취가 잘 남아 있어 근대역사문화마을 등등 행정동 이름을 특색 있게 바꿔 부르기도 한다.

▲ 양림마을이야기관.

이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을 꼽으라면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을 들 수 있다. 이곳은 옛 광주읍성의 외곽으로,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이 들어와 교회와 학교, 병원을 짓고 서양문물을 퍼뜨림으로서 ‘광주의 예루살렘’으로 불린다. 여기에 독립운동을 비롯한 교육과 문화예술을 꽃 피운 이들이 많아 이야기와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게 특징이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은 펭귄마을이다. 이름만 보면 마치 펭귄에 관한 모든 것이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펭귄마을에 펭귄은 없다. 다만 문화예술인들이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골목 구석구석에 설치미술 작품을 꾸미고 시와 벽화를 그림으로써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을이름은 이곳에서 불편한 몸으로 뒤뚱거리며 걷는 이가 있어 그렇게 이름지어진 것뿐이다. 양림마을이야기관에서 만난 김병흡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많을 땐 천 명 가까이 방문한다”고 하니,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상인들의 짭짤한 재미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양림동 부녀회장이면서 주민자치센터 내 소통방장 역할도 맡고 있는 김동례 씨는 “처음엔 주민들이 무관심했을 뿐 아니라 반대도 많았다. 그러다 점점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반기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나 이번엔 시기와 질투, 욕심 등으로 불협화음이 잦았다”고 말했다.

양림동 펭귄마을은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김 씨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교육과 소통의 힘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소통반상회를 수없이 열었죠. 문제가 있을 때 빨리 풀지 않으면 일이 커지거든요. 여기에 전문가들이 와서 수시로 교육으로 뒷받침 해주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봉선1동 부엉이안심마을 전경.

마을공동체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양림동의 도시재생은 굳이 ‘도시재생’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100년에 이르는 각종 근대 건물과 역사의 현장,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의 흔적 등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마을이 이럴 순 없다. 가진 자원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가치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진정한 마을만들기 또는 도시재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광주 남구의 마을공동체협력센터와 여기서 진행하는 사업들이다.

민문식 센터장은 “마을만들기는 벽화그리기가 아니라고 강조하곤 한다”며 “도시재생이 마치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시설개선을 하는 것인 양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관광형 도시재생도 가능하겠지만 그로 인해 주민들이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문제도 있다”며 “양림동의 경우에도 지가상승 등으로 기존 주민들이 둥지 내몰림 현상을 겪고 있어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설령 관광형 도시재생을 이루더라도 외부자본에 잠식되기 전에 마을주민들이 먼저 토대를 닦아야 한다”며 “마을자치를 사전 준비”를 강조했다. 이어 “풀뿌리 주민자치로 주민들이 중심에 서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마을 일자리를 늘려 나가는 일이 곧 도시재생”이라고 정리했다.

“소통을 위한 대화에 주력”

광주 남구의 마을만들기는 마을계획단에서 출발한다. 각종 단체와 지역 소모임 등 대표자가 참여해 마을계획을 세우면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총회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과정에 전문가 도움이 일부 붙겠지만 상향식 풀뿌리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사업계획은 해마다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정도의 구청 지원금으로 실현된다. 앞서 소개한 특유의 마을이름과 그에 맞는 역사성과 정통성을 찾는 일에서부터 마을카페를 만들거나 마을소식지를 만들어내는 일 따위를 포함한다.

그러나 주민들을 주체로 내세워 참여시키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임은 미뤄 짐작 가능한 일이다. 월산4동 마을네트워크 총괄리더를 맡고 있는 이동균 목사는 “네트워크를 이끌 유일한 방법은 ‘소통을 위한 대화”라며 “주민 설득이 매우 어렵지만 천천히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재생의 중심 마을공동체협력센터.

광주의 도시재생을 취재하는 과정에 눈에 든 점은 광주시청 조직기구에 도시재생국이 있고, 그 아래 구청마다 도시재생과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지난 10월에는 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가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두고 잇달아 토론회를 연 데 이어 도시재생공동체센터까지 문을 열면서 도시재생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사천시 행정에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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