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의 시외버스가 일제히 멈춰 섰다. 시외버스 업계 노사가 임금협상을 벌이는 과정에 생긴 일이었다. 다행히 서로 한발씩 물러서며 하루 만에 파업은 끝났다. 시민들로선 짧은 시간의 불편이었지만 시외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의 고마움을 새삼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직장 생활로 멀리 목포에서 이 소식을 들은 나는 문득 학창시절의 그 옛날 시외버스를 떠올렸다. 새벽부터 시락국에 밥 한 그릇 말아 허기를 채운 뒤 진주행 버스를 타곤 했는데,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지금에 이르렀으니, 내게 시외버스는 아내와 인연을 맺어준 참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내 직장은 통계청이다. 통계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은 물론 기업 또는 국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도 꼭 필요하다. 그런 통계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그 옛날 콩나물시루 같았던 시외버스도 통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됐다. 출퇴근 또는 등하교 시간에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주로 향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 사천시 주간인구지수(자료=통계청)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사천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11만8566명이다. 사천시의 주간인구지수는 1995년 97, 2000년 98, 2005년 99, 2010년 107, 2015년 104로 변화하고 있다. 주간인구지수가 100보다 크면 다른 지역에서 사천시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천시의 경우 20여 년 전에는 통근․통학으로 주간 인구 유출이 많았으나 점점 그 폭이 줄어들다 2010년 무렵엔 급격한 역전 현상을 보였고, 이후 조금 완화된 양상이다.

2015년 통근·통학인구 6만3977명 중 5만4442명은 사천시 내에서 통근·통학을 하고, 9535명은 다른 지역으로 통근·통학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사천시로 통근·통학인구는 1만3863명이다. 사천시는 유출인구보다 유입인구가 4328명 많은 것이다. 유출지역별로는 진주시 4904명, 고성군 1795명, 남해군 644명 순이고, 유입지역별로는 진주 1만613명, 고성군 721명, 창원시 560명 순이다.

주간인구지수를 연령대별로 보면 15세~19세는 91.6, 20세~24세는 85.2로 15세~24세 연령대는 다른 지역으로 통학하는 인구가 많은 것을 보여주고, 25세~59세 구간은 주간인구지수 105.9~113.3으로 25세~59세 연령대는 다른 지역에서 사천시로 통근하는 인구가 많음을 보여준다.

한편, 2015년 사천시의 출생지 유형별 인구를 보면 4만7626명이 다른 시군구에서 출생하였으나 현재 사천시에 거주하는 인구로, 이 중 1만9921명은 다른 광역시·도에서 전입한 인구이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각각 4만1960명과 1만6393명으로 사천 외 출생인구 비율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바꾸면 사천 토박이는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다.

▲ 사천시 사업체 및 종사자수 변화(자료=통계청)

또한, 2015년 사천시의 사업체통계를 보면 사업체는 9591개, 종사자수는 5만465명으로 2000년 사업체수 8022개, 종사자수 3만93명 보다 상당한 폭으로 늘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면, 수도권 및 대도시 인구집중 현상, 저출산․고령화, 빈약한 사회간접자본 등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사천시는 인구유입 및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오히려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주간인구지수가 큰 폭으로 변화를 일으킨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천이란 도시를 안정적이라 보긴 어렵다. 그만큼 과제가 만만찮다는 얘기다. 항공산업과 해양산업, 관광산업의 탄탄한 성장 속에 맞춤형 주거 공간 확보, 도로망 정비, 친환경 생태하천과 공원 조성 등 새로운 시각에서 도시의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 임철규 통계청 목포사무소장 / 서기관

특히, 과거에 우리 세대가 겪었던 통학으로 인한 시간 및 비용문제 등의 힘든 과정을 지금 세대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산업과 연계한 우수고등학교 육성, 지역 특화 대학 유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나의 바람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사천이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도시 △노사가 대립하는 대신 서로 손잡고 나아가는 도시 △복지와 문화가 잘 어우러진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런 내 고향 사천에서 옛 추억을 안주삼아 이웃과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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