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일반적으로 영화의 장르를 호러, 멜로, 액션 등으로 구분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영화계 한정이지만 최근에 새로운 장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명칭은 ‘최민식’, 추가한 이는 새로 개봉한 <침묵>의 연출자 정지우 감독이다. <침묵>의 실제 장르는 법정스릴러의 탈을 쓴 멜로이지만, 그냥 최민식 영화라는 설명만으로 부연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장르가 최민식’이라니, 이 만큼 명쾌한 설명이 또 어디 있으랴.

금력이 곧 권력인 시대에, 최민식은 배금주의의 정점에 선 재벌그룹 회장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거의 스무 살 가량 어린 인기 절정의 아름다운 가수와 재혼을 앞두고 있다. 걸리는 거라고는 딸과의 서먹한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최고라고 생각했던 날에 약혼녀가 죽어버리고, 살인용의자로는 딸이 지목되었다. 영화는 이러한 관계를 친절하고 명료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덕분에 괴로운 것은 막이 내릴 때까지 멱살을 쥐고 끌고 가야 할 배우 최민식이다. 아마 그래서 감독은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아무튼 <침묵>은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는 웰메이드 법정스릴러라는 것과 또 하나는 중년멜로. 법정스릴러라는 점에서는 2013년에 개봉한 <침묵의 목격자>가 원작인 만큼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중년 멜로는 어떨까. 상식적으로 중견 배우가 경력과 경험이 쌓인 만큼 사랑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할 것이다. <파이란>에서 편지를 붙들고 처절하게 울던 명장면을 떠올린다면 더욱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리라는 기대도 있다. 해서 이번에는 다를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중년 멜로는 통한 적이 없었고 전망도 밝지가 않다.

하나 더 우려할 것은 ‘최민식 장르’에도 암운이 깃들었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개봉했던 <특별시민> 또한 최민식 장르를 활용하였으나 흥행 참패하였고 그 여파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침묵>이 개봉했으니 이는 보강간섭보다는 소멸간섭에 가까울 것이다. 즉, 희소성을 추구해야 빛이 나는 장르임에도 수시로 극장에 걸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신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전형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족. 사랑은 파릇파릇한 청춘만의 전유물처럼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눈길이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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