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아서 ⑤ 박재삼문학관

연간 2만 명 방문…대부분 전시 관람에 그쳐
집필실 등 공간사용 문인 감면 혜택 등 필요
상시 프로그램 운영할 학예사 등 실무자 절실
지역 주민과 전문가, 지자체 등 함께 방향 모색
작가와 지역 정체성 찾기…차별화된 컨텐츠 중요

박재삼문학관 전경.

#박재삼문학관 현황은…
사천시 동서금동 노산공원에 자리 잡은 박재삼문학관은 한국 현대시의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리고, 박재삼 시인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기 위해 2008년 건립됐다. 
문학관 1층에는 서정시의 정통 계보를 잇는 박재삼 시인의 시문학 세계와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박재삼 연보, 박재삼 선생의 친필 편지 등 유품 70여 점, 박재삼과 사람들 사진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 낭송하기와 시어 이어달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2층에는 다목적실과 박재삼 소장도서 열람실, 집필실 등이 있다. 박재삼 시 탁본체험이 가능하며 3층에는 어린이 도서관 및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삼천포항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학관 활용은 제한적
문학관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현재 사천시청 공무직 직원 2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학예사나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면서 상시적인 해설이나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경우 사천시의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에 순환 배치해 외지인에게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고 있으나, 박재삼문학관은 지난 3월 배치 장소에서 제외됐다. 사천시문화관광해설사 몇 명이 그만두면서 순회배치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외부 단체 관람객이 예약을 할 경우에만 잠시 해설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 증축된 문학관 집필실의 경우 숙박이 가능하도록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하루 4만 원이라는 숙박료 때문에 문인들의 이용이 드문 편이다. 올해의 경우 10월 현재까지 7팀이 이용했다. 문학관의 연간 방문객은 2만 여명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1만200여 명이 문학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박재삼문학제를 앞두고 지역문인들을 중심으로 문학제 추진위가 꾸려지고, 이틀 정도의 행사를 치르는 것이 자체적인 문학관 이용의 전부다. 이 기간 외에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일부 문학단체가 가끔 다목적실 공간을 대관해 쓰고 있다.

현재 박재삼 시인과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단체는 박재삼기념사업회, 박재삼문학선양회 등 2곳이 있다. 문인협회는 사천시문인협회와 사천문인협회로 둘로 나눠진 상태다. 매년 박재삼문학제 추진위 구성시 위원장 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천시 담당부서 역시 매년 문학 관련 행사와 관련해 민원과 시의회 지적 등을 이유로 초긴장상태에 돌입한다. 문학상과 문학제와 관련한 모든 회의에 공무원이 배석하고, 현장 녹취와 함께 회의록을 남기는 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몇 차례 문학관 위탁 운영 필요성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사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큰 진척은 없었다. 사천시 관계자는 “문학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안정화되어 있다면 시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모색하겠지만 현재로선 여러 갈등과 혼선이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문학관의 역할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박재삼문학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할까.

문학관들은 △문인에 대한 자료 수집과 발굴 △기념사업 △교육 사업 등 크게 3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료 수집과 발굴을 통한 문인에 대한 재조명은 학예사의 역할이 크다. 학예사가 모든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계와 연계나 상시적인 세미나 준비 등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념사업의 경우, 행사를 통해 그 문인의 브랜드를 알리고,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교육사업의 경우 학교가 하지 못하는 문학수업을 대신하면서 작가를 발굴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주춧돌이 된다.
 
박재삼기념사업회 정삼조 회장은 “박재삼문학관의 경우 하드웨어는 전국의 유명 문학관 못지않게 갖추어져 있으나, 정작 내용을 채우는 일은 답보상태에 있다”며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 하나 해나가며 여론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삼문학선양회 김경숙 회장은 “문학관 활성화는 지역문인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학단체들도 집필실, 다목적실 등 공간 사용료 등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며 “문학관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삼문학선양회는 11월 18일부터 인문학강좌를 문학관에서 열 예정이다.

#전문적인 실무자 중요
앞서 둘러본 하동 평사리 박경리문학관의 경우 문학관 자체는 전시 공간으로, 문학&생명관은 세미나와 교육공간으로, 최참판댁과 야외무대는 일반적인 행사와 관광시설 등으로 활용했다.

학예사를 겸한 문학관 사무국장이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의 문인들이 평사리문학관 집필실에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지원했다. 레지던스 참여 문인들은 작품을 통해 하동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문예교육을 통해 지역과 문인들의 접점을 넓히기도 했다. 하동 평사리 문학관은 능력 있는 상근 기획자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은 문학 자체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전반에 연결되는 문학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문인을 기리는 문학행사 뿐만 아니라 문예창작대학, 계간종합문예지발간, 해외와의 문학교류, 문학기행과 문학상 운영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동리목월문학관 박지원 관리국장은 “문학관의 중심은 전시기능이지만, 문예창작교육 기능, 문예 진흥, 홍보, 관광객 유치, 지역민들의 생활을 보다 아름답고 즐겁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기획과 도전으로 시민과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는 문학관, 호흡을 함께 하는 문학관이 될 때, 문학관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문학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수준도 중요하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돼야
 주민과 예술인, 지자체 함께

연간 70만 명이 방문하고 있는 춘천 김유정문학촌은 작가의 고향이자 작품무대인 실레마을을 이야기마을로 특화시켜왔다.
전상국 김유정 문학촌장은 “전국의 100여 개 문학관이 있지만 자료를 채우고 단순 전시하는 기본적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출신 예술가(작가)와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그 다음 단계로 관광자원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자체는 적극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며 “지역주민과 전문가, 예술인, 지자체가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김유정문학촌 운영위원회의 경우 주민과 지자체, 예술인, 기념사업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보성군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의 경우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의 시작과 끝 지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렸다. 문학관을 둘러본 사람이 보성읍내 문학거리 등을 둘러보며 소설 속 공간을 탐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곳 역시 새로운 컨텐츠 개발은 숙제였다.

문학관이 활성화된 지역의 경우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함께 지역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방향성을 모색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어떻게 지역사회와 호흡할 수 있을지 이제부터 문인과 지자체 등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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