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그대를 듣는다>

「그대를 듣는다」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

정재찬의 시 에세이 『그대를 듣는다』를 읽고 있노라면 음표들이 훨훨 날아와 귓전을 간질이는 듯하다. 주제에 안성맞춤인 음악만을 골라서 들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흥미진진함이 고조된다. 아름다운 시와 노래가사, 영화대사가 잘 어우러진 콘서트 같다.

테러의 공포에 떠는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꽃이 총구 앞에선 이를 지켜주고 촛불이 떠나간 이들을 잊지 않게 해준다”고. 무자비한 폭력과 야만적인 냉대 앞에서 오히려 약하고 여린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지켜주는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총을 든 군인 앞에 꽃 한 송이 들고 전쟁에 항의하는 소녀가 그렇고, 한 편의 시처럼 수많은 이들 마음에 울림을 준 난민소년 사진 한 장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시는 삶 속에서 태어나고, 또 그 시가 삶을 만들어 간다. 그러니 우리네 삶은 시 한 편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는 동안 우리는 힘든 순간을 만나게 될 때가 더러 있다. “사는 게 뭐 이래?”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과 마주치면 잊고 살았던 삶의 이유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님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말한다.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이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삶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시이다. 스스로 삶을 치유하고 상대 마음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적 감정이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시를 듣고,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영화 속 일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내 말을 쏟아내기 바쁜 요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함민복. 『긍정적인 밥』 중) 가을하늘 위로 시인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귀를 기울인다. 시가 주는 위로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시는 그리고 소망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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