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얼마 전 연극계에 대모라 불리는 윤소정씨가 패혈증으로 별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군인 연극배우 오현경씨와 더불어 우리나라 연극계에 많은 공적을 세운 그 분의 죽음을 국민들은 슬퍼하였다. 그런데 그 패혈증이란 병이 요즘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애완견이 이웃 사람을 물었는데, 물린 분이 며칠 뒤에 패혈증으로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애완견의 주인은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고 돌아가신 분은 유명 음식점의 주인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지만, 개에 물려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패혈증이란 병명은 그리 낯설지 않다. 특히 사천지역처럼 바다에 인접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매년 이 병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겨울이 지나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염려가 높아진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세균에 오염된 해수 및 갯벌 등에서 피부에 있는 상처를 통해 감염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비브리오 블니피쿠스라고 불리는데 일단 감염되면 병의 진행이 빠르고 사망률이 60% 정도로 높아 매우 위험하다.

패혈증은 미생물이 몸에 침입하여 각종 주요 장기의 장애를 가져온 경우를 말하는데, 이를 일으키는 세균은 혈액을 엉기게 하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조직이나 기관으로 가는 혈액량을 줄이므로 여러 급성 증상을 나타낸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특정세균이 일으키는 병이 아니라 여러 세균이 일으킬 수 있고, 한 가지 세균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여러 세균의 복합 감염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애완견에 물린 분의 사망원인은 녹농균이란 세균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보도 되었다. 이 세균은 염증과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폐나 신장 등 인체 장기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녹농균이 모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녹농균은 우리 주변에 흔히 서식하는 세균이다. 흙이나 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 몸의 피부에서도 발견되는데 병원성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탄화수소를 잘 분해하기 때문에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을 때, 타르볼을 제거하는 미생물로도 사용이 된다.
 
이번 사건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애완견에 대한 목줄이나, 입마개의 문제 뿐 아니라 반려동물 때문에 생기는 일이 적잖이 제기되어 왔다. ‘페티켓’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반려 동물 때문에 이웃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생긴다. 다 알다시피 유기견과 유기묘의 증가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동물 학대와 방치와 같은 것만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반려 동물에 대한 계몽 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걱정 하나가 늘었다.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전파시킬 수 있는 세균은 녹농균은 물론이고 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귀엽다고 해서 가까이 가는 것만이라도 말리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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