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6 월
사람들하병주가 만난 사람
“‘싱글 KAI’ 위해 본사를 사천으로 옮겼다”정해주 전 사장에게 듣는 ‘KAI 위기 탈출기’
하병주 기자  |  into@news4000.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0.26  09:32: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Kakao Kakaostory

“파벌 심하고 비효율의 극치…좀비기업 같아”
“경영개선에 노사 힘 합치니 수출길도 열려”
“UAE에 T-50 수출 성사 안 돼 무척 아쉬워”

   
▲ 정해주 KAI 전 사장.

지난주 <하병주가 만난 사람>에서 소개한 정해주 전 KAI 사장을 ‘2017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특집호’에서 다시 한 번 소개한다. 앞서 최근 어려움에 처한 KAI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야 할지 조언을 들었다면, 이번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출범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과 위기극복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그를 만난 것은 10월 12일, 서울에 소재한 대관령풍력주식회사 사무실에서다. 그는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항공산업과 KAI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KAI 전 사장으로 소개한다.

#대표를 맡던 2004년의 KAI 상황은 어땠나요?

=회사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누구도 선뜻 사장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상태였죠. 1년 매출이 7000억 원 정도였는데, 부채가 8000억 원이었으니까. 자본도 절반쯤 잠식된 상황이었어요. 부도 직전의 적자기업, 요즘 말하는 좀비기업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처음엔 ‘(KAI 사장을)못 맡겠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맡게 됐어요.

#KAI가 삼성·대우·현대 3사 항공사업을 합친 거라 내부 갈등도 많았다던데...

=1999년 10월에 3사 통합으로 KAI가 만들어졌으니, 내가 사장 맡을 때는 4년 가까이 지났을 때죠. 그때는 파벌도 심했고, 무엇보다 비효율의 극치였습니다. 공장도 따로 있고 노조도 따로 존재했으니. ‘아, 이래선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어 하나의 회사, ‘싱글 KAI’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첫 조치가 본사를 사천으로 옮기는 거였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찌 가능했나요?

=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직원들과 밤늦게까지 소주 마셔가며 소통하려 애썼어요. 설명하고 설득했죠. 그랬더니 되더라고요. 공장도 모으고, 본사도 사천으로 옮기고, 결국 노동조합도 하나로 합해졌죠. 그 과정에 직원 100여 명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 됐습니다.

#당시 사천 지역사회 분위기는?

=지역민들이야 KAI에 상당히 우호적이었죠. 무엇보다 본사를 사천으로 가져온 것에 대해 많이들 고마워했고. 인구가 늘고 경기도 점점 더 활기를 띠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힘들었지만 하나둘 성과를 내니까 개인적으로도 무척 보람 있었어요.

#‘싱글 KAI’는 이뤘는데, 재무구조 개선이란 숙제가 여전히 남지 않았나요?

=그렇죠. ‘싱글 KAI’는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발판이지 최종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먼저 노무현 (전)대통령을 만나 항공산업이 충분히 전망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렇다고 ‘구제금융 달라’ 이런 얘기 한 것은 아니고(웃음)... 다음으로 KAI 주주인 3사 관계자를 만났어요. ‘지금으로선 재무구조 개선이 도저히 안 되니 감자 후 증자토록 해 달라’ 이렇게 설득해 동의를 구했죠. 또 우리에게 받을 돈이 있던 산업은행에는 출자금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해 승낙을 받았어요. 최근까지 산업은행이 가졌던 KAI 지분은 그때 형성된 겁니다.

#당시 임직원들도 협조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요.

=물론입니다. 직원들 대상으로 ‘우리 주식 갖기’ 운동을 벌여서 1000억 원을 모았죠. 노조에서는 3년간 임금동결에 동의해주는 등 회사 부담을 덜어줬어요. 그렇게 해서 이리저리 모은 돈이 7000억 원쯤이었데, 이 돈으로 빚부터 갚고 보니까 빚이 1000억 원으로 줄었어요. 결국 부채비율이 800%에서 100%로 줄어든 셈이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성과였어요.

#그럼 이렇게 재무구조 개선을 한 다음 수출에 본격 도전한 겁니까?

=그런 셈이에요. 그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솔직히 그 전까진 수출을 꿈꾸기가 쉽지 않았죠. 재무구조를 비롯해 경영 상태가 좋아야 믿음이 생기고 일을 맡길 수 있으니까. 그 전까진 이런 조건을 겨우겨우 만든 거라 봐야죠. 터키에 KT-1을 판매한 것을 비롯해서 노사가 협력해서 열심히 뛰다보니 회사를 그만둘 때쯤 수주잔고가 5조 원이던가? 아마 그쯤이었을 거예요. 영업이익도 200억 원쯤 났으니까,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바뀐 거죠. ‘아, 할 만큼 했다!’ 이러고 나왔죠.

#노무현 전 대통령도 KAI와 항공산업에 특히 애정이 많았다고요?

=그랬어요. 항공 비즈니스는 사실 국가 간, 원수 간의 비즈니스라 해도 지나침이 없거든요. 한 번은 중동 순방을 갈 때 동행했는데, 통례를 깨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아랍에미리트(UAE)부터 갔어요. 당시 T-50을 UAE에 수출하기 위해 접촉 중이던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뜻이었죠. 한번은 청와대에 들어갈 때 T-50과 KT-1 모형기를 선물한 적 있었는데, 그 뒤로 TV 뉴스에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만 나오면 그 모형기들이 배경으로 잡혔어요. KAI와 T-50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사장 재임기간에 가장 아쉬웠던 일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T-50의 UAE 수출 건이죠. 결국 성사시키지 못했거든요. 사실은 계약 직전까지 갔었기에 더욱 아쉬워요. 대통령 순방 때 UAE 왕세제와 만나 1시간 반을 T-50에 관해 얘기했을 뿐 아니라 입찰이 진행되던 중에는 그 왕세제가 KAI 사천공장을 직접 방문해 시설을 두루 살펴봤어요. 입찰 진행 중에 이렇게 하기는 꽤 드문 경우라 항공업계에선 우리가 수주하는 걸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듬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저도 임기는 남았지만 KAI를 떠나면서 일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어요. 당시 30여 대의 수출 건이 성사됐다면 T-50 수출 환경은 엄청 달라졌을 겁니다. 많이 아쉬워요.

#그밖에 오늘의 KAI를 위해 도움말을 준다면?(지난 신문에 소개된 질문과 답임)

=KAI는 항공 종합 메이커예요. 잠재력이 대단합니다. 그러니 이 위기만 잘 돌파하면 앞날은 긍정적입니다. 새 사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빨리 추스르고 앞을 보고 가야죠. 현재 능력에 맞춰 ‘스텝 바이 스텝’ 안착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이 잘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해외수주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해요. 군수가 단속적이라면 민수는 지속적이어서 안정적이죠. 에어버스, 보잉 등 해외 민수분야 일감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합니다.

<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하병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편집규약윤리강령후원안내독자위원회광고문의기사제보독자투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공무수행사인현황
제호:뉴스사천 | 명칭:인터넷신문 | 등록번호:경남아00051 | 등록연월일:2008년 7월 9일 | 발행연월일:2008년 8월 29일 | 발행인:하병주 | 편집인:강무성 | 청소년보호 책임자:강무성
발행소(주소):경남 사천시 사천읍 사천대로 1839 2층 뉴스사천 (우)52519 | 전화번호:055-855-4040 | 팩스번호:055-855-4041 | mail:webmaster@news4000.com
Copyright © 2011 뉴스사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40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