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포스터

백범(白凡)선생의 이름이 본래 창수(昌洙)였다가 구(九)로 개명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여하튼 <대장 김창수>는 바로 그 김구 선생이 김창수이던 젊은 청년시절을 담은 영화로, 일본인 쓰치다(土田讓亮) 살해사건부터 시작된다. 치하포(鴟河浦)에서 만난 일본인을 민비를 죽인 낭인으로 오인하고 쳐 죽였다는 혈기와 객기 넘치는 김창수,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김구 선생으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세 위인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김구선생인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김구 선생의 굳은 신념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김구 선생이 이제야 재조명된다는 자체가 얼척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여기까지가 <대장 김창수>의 의의다.

혈기 방장한 청년 김창수가 존경하는 김구 선생으로 올곧게 서기까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 수준 이상은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개방식(쇼생크 탈출)에,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에 가까운 대사에,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들의 따로 노는 이야기에, 이 장면에서는 울어달라고 강요하는 전형적이면서도 과한 음악에, 몰입보다는 거부감을 일으키게 만드는 클로즈업까지, 전반적으로 관객과의 동화보다는 오히려 이질감을 들게 만든다. 그나마 김구 선생을 재조명해보겠다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진정성 하나가 계면활성제가 되어서 마음에 슬며시 녹아드는데, 감동이 전해졌다면 그런 정도이다.

위대한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화자(話者)로서 욕심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만큼 감동을 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라면 관객의 마음을 훔치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이건 뭐 극장 어딘가에 변사라도 한 명 숨어있는 것처럼 배역들의 감정들까지 열심히 해설하느라 바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대장 김창수>는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 수준 정도만 생각하자. 그 이상을 기대했다가는 실패하기 딱 좋다.

흔히 ‘믿고 보는 누구’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럴 법도 하다 싶다. 망작의 향기가 풀풀 나는 영화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서면 요즘 말로 하드캐리해서 끌고 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역들의 호연이 곁들여지면 꽤나 멋진 영화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렇게 검증된 라인업에 새로이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자리 잡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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