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아서 ③ 김유정문학촌

2002년 김유정 생가 복원…다양한 문학컨텐츠로 승부
생가와 기념관서 작가 생애 듣고 이야기집서 영상관람
소설 속 민속체험, 실레이야기길 걸으며 문학 향수 느껴
매주 상설공연 여러 예술인과 함께 공연…볼거리 풍성
전상국 촌장 “지역 정체성 찾고 그다음에 관광자원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박재삼의 시정신을 기리는 박재삼문학관이 사천시 노산공원에 2008년 개관했다. 하지만 10년이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별다른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100여 곳에 지역 출신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일부 문학관 혹은 문학촌은 지역의 명소이자 지역을 주제로 한 문학창작의 산실이 되고 있다. 다른 지역 문학관의 운영 사례와 활동 등을 돌아보면서 박재삼 문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지난 7일 춘천 김유정문학촌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봄.봄>, <동백꽃>등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 단편문학 작가 김유정(1908-1937). 그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는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실레마을은 서울에서 춘천 도심으로 가기 전에 만나는 작은 시골마을이었으나 2002년 김유정문학촌이 개관하면서 연간 70만 명에서 100만 명이 찾는 춘천의 대표 문학관광지로 변모했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사람 이름을 딴 역인 김유정 역이 있다. 한 사람이 가지는 문학 컨텐츠가 지역을 크게 변화시킨 것.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김유정 문학을 만나러 이곳을 찾고 있다.

#생가에서 듣는 생생한 해설
지난 추석 연휴 김유정문학촌을 찾았다. 김유정문학촌은 김유정 생가, 김유정기념전시관, 야외무대, 김유정이야기집, 민속공예체험방(도자기, 전통염색, 한복, 민화), 이야기쉼터, 매점과 식당, 낭만누리(기념사업회 사무실 겸 관광안내소,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유정 생가를 방문하면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해설사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유정 생가에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해설사들이 상주해 그의 문학과 생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한다. 지난 7일 만난 한 해설사는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흔히 남도에 만나는 붉은색 동백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가 소설 속 동백꽃이 ‘생강나무꽃’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설사들은 김유정의 문학 속 인물과 배경에 대해 정감 어린 이야기로 하나씩 풀어냈다. <봄.봄> 속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설 속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오늘날 컨텐츠로 만나는 김유정
김유정 전시관은 그의 생전 유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미혼이었던 김유정 작가는 1936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교유하는 지인이 유품을 맡아 두었으나 월북을 하면서 생전 그가 쓰던 필기구 등 유품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그의 작품들이나 생전 사진, 그가 남긴 이야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생가는 그가 살았던 1930년대의 시골의 모습을 고증을 통해 복원해놓았다.

김유정이야기집은 그런 의미에서 남다르다. 오늘날의 김유정을 소재로한 컨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집을 방문하면 그의 대표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다. 기념 상품과 책들도 이야기집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 방문객은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영상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야기 속 공간에 스토리텔링을

김유정 문학촌 항공사진. (사진=김유정 문학촌)

그동안 김유정기념사업회는 작가의 고향이자 작품무대인 실레마을을 이야기마을로 특화시켜왔다. 김유정을 이름을 딴 경춘복선전철 김유정역, 레일바이크 김유정역, 김유정우체국, 농협 김유정지점, 구역사 유정열차 등 주변 지역을 김유정의 이름을 딴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실레마을과 금병산으로 이어지는 ‘실레이야기길’은 이야기 속 인물과 배경을 만날 수 있는 테마산행 코스다.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매주 토요일 관람객과 소통

매주 토요일 다양한 상설공연이 열린다. (사진=김유정 문학촌)

올해는 4월 1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야외무대를 활용한 주말상설공연이 열리고 있다. 판소리 <김유정의 사랑>, 연극 <동백꽃>, 오레라<봄.봄>, 트로트밴드의 <산골 트로트>, 국악관현악 공연, 팝스오케스트라단의 <이런 음악회> 등 다채로운 공연이 매주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한다. 1930년대 김유정과 함께 듣던 <그때 그노래>, <김유정 문학콘서트> 등 문학과 여러 예술장르를 접목한 공연으로 김유정 문학의 저변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김유정 문학 저변 확대 노력
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는 김유정추모제, 김유정문학제, 김유정문학상, 청소년문학축제, 김유정문학캠프, 김유정백일장, 실레마을 이야기잔치, 문학기행, 기획전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김유정 문학을 알리고,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김유정문학촌장을 맡고 있는 전상국 소설가의 열정도 한몫했다. 그는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불리기보다는 김유정문학촌 촌장으로 불러주길 바랐다.

전 촌장은 “전국의 100여 개 문학관이 있지만 자료를 채우고 단순 전시하는 기본적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며 “매년 전국의 여러 문학관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출신 예술가(작가)와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그 다음 단계로 관광자원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역에서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문학관은 만들고 있지만 그 내용을 채울 소프트웨어는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자체는 적극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와 함께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
전 총장은 “젊은 시절부터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김유정 선생의 소설을 계속 읽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즐기는 가운데 문학을 체험할 수 있고, 그의 정신을 기념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고 추진했다. 고민은 혼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과 전문가, 예술인, 지자체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유정문학촌 전상국 촌장.

그는 한마디로 “아무리 작품이 훌륭하고 문학적 업적이 뛰어나도 그것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저는 비록 명예직이지만 사무국장과 학예사 등 7명의 상근 인력들이 불철주야 뛰고 있다. 계약직으로도 7명이 근무하며 문학촌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역의 문인을 기리는 것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다른데서 볼 수 없는 컨셉이 필요하다. 지역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유정문학촌 운영위원회의 경우 주민과 지자체, 예술인, 기념사업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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