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교토에 다녀왔습니다」임경선 지음 / 예담 / 2017

교토의 가정에서는 손님이 돌아가기 전까지 저녁을 차리지 않는다. 또 동네 서점은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기네 서점을 찾지 못하면 매장으로 전화해 문의해달라고 당부하고, 카페 주인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주일에 나흘만 영업한다. 그리고 잡화 가게는 너무 북적이지 않도록 간판을 제대로 달지 않기도 한다. 더구나 교토의 기방(妓房)은 그 어떤 거물인사나 유명인도 단골의 소개 없이는 출입금지다.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임경선이 소개하는 교토의 면모들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깍쟁이 혹은 정 없는 이기주의자처럼 비춰지기도 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일관되게 품어온 교토만의 매혹적인 정서가 드러나면, 독자 저마다의 삶에 대한 다양한 사유로 그 행간이 가득 채워질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안내서라기보다 삶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물론 교토의 자연과 문화, 음식, 물건들에 대한 소소한 소개와 사진들에서 누리는 감각적인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도쿄가 감각의 도시라면 교토는 정서의 도시라고 작가는 말한다. 외부에 충분히 그 매력이 알려진 도시임에도,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상업적으로 경쟁하기보다 교토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도시 전체가 단호하게 협조한다. 개인주의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조화를 존중하는 모습이다. 또한 교토라는 환경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답기에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답게 살아가면 족하다. “진정한 호사란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그 삶의 방식을 정할 자유일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과 함께 교토 사람들이 진정으로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하며 그 사이에서 좋은 것을 가려내고, 거기서 조금씩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교토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교토를 떠올리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는 순간이 더 잦아짐을 깨닫는다.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왠지 이곳 교토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던 작가의 말처럼, 일상적 본질에 충실한 교토 사람들의 모습은 누구라도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는 즐거움으로 안내해 줄 것이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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