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시나리오는 무엇인가’의 저자 Syd Field는 ‘초반 10분, 30페이지’를 줄기차게 강조했다. 초반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영화와 엉망인 영화가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 드라이버>는 압도적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Jon Spencer Blues Explosion의 노래 Bellbottoms가 흘러나오는 6분이라는 시간이 그냥 삭제돼 버렸다. 그 여운이 너무나 진해서 영화가 마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덕분에 다소 허술한 이야기쯤은 그냥 넘길 수밖에 없다.

범죄액션장르에 있어서 카체이서는 거의 고정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더욱 더 현란한 드라이빙, 보다 더 기발한 상상력으로 홀리는 터라 관객들도 이젠 어지간한 장면에서는 눈조차 꿈쩍하지 않는다. 그런데 <베이비 드라이버>는 물꼬를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텄으니, 음악과 더해진 싱글 넌버벌이다. 음악의 리듬과 비트에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카체이서 장면에 손장단 발장단을 맞추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을 정도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안셀 엘고트가 연기하는 ‘베이비’는 이름과 달리 드라이빙 실력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고, 어릴 때 겪은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캐릭터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노래가 함께 하고 있으니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의 질주>와 같은 범죄액션이 아니라 <라라랜드>와 같은 음악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란 말을 인정하기 싫지만 가끔 그 ‘선천적 재능’의 벽 앞에서 부럽다 못해 등골이 서늘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만개한 재능이란 어떤 것인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전율을 느낄 만큼 확실하게 보여준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뜨거운 녀석들>에서 느꼈던 재기발랄함은 어느 새 무르익어서 대가의 향기를 가득 풍기고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할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독립영화를 보면서 톰 크루즈 아저씨의 블록버스터 액션이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다. 3,400만 달러라는 제작비는 우리나라 영화제작 환경에서나 거대자본일 뿐이지 헐리웃 그 동네에서는 구멍가게 수준 아닌가. 실제로 <분노의 질주8>의 제작비가 2억 달러나 된다는 걸 감안해보면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 시퀀스 카체이서 장면은 그저 감사해야 할 일이다. 또한 누차 강조하지만, 이 영화는 범죄액션스릴러가 아니라 음악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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