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 하루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줄 안다면 이는 분명 행복한 일이겠지요.

누구나 기본적인 삶인 먹는 일, 입고 자고 아프면 치료받는 일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빈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풍요로워지는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는 경제력의 양극화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점점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각하고 안타까운 점은 물질적인 불균형 문제보다는 빈자 부자 모두 정서적 가치나 무욕무탐의 여유를 잃어간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걸어온 삶을 한번 되짚어 봅시다. 밋밋하고 따분한 시기가 있는 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일 겁니다. 행여 불만족스런 요소를 주위 환경이나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또 하나의 불행이겠지요. 자신 앞에 놓인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려는 태도와 정신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거창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자신을 과감히 던져 낯설고 어색한 도전에 나선다면, 지금까지의 무미건조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필요한 인생을 엮을 수 있습니다.

팀 호이트를 아시는지요. 아버지 딕 호이트와 뇌성마비 아들 닉 호이트를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들을 이끌고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고 자전거로 6,000킬로미터나 되는 미대륙을 횡단했습니다. 완주 후 아들이 지은 미소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열정이 낳은 대단한 모험이지요.

노블리스오블리제Nobless Oblige란 귀족이 은혜를 베푼다, 사회 지도자는 누리는 명예만큼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씁니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익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필요한 덕목을 단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행위는 재벌일지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절대적인 용기와 겸손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러한 그의 결단은 국민들 가슴에 삶의 의욕과 감동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신선한 도전이요 신성한 모험이었습니다.

지난 8월 12일, 삼천포대교공원에서는 제7회 삼천포아가씨가요제가 열렸습니다. 멋진 공연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사천 시민들로 구성한 ‘삼천포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합창단이었습니다. 노래 솜씨가 빼어나지도 않았고 춤이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낯설고 떨리는 무대에서 추억의 교복을 입고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여름내 구슬땀을 흘렸다는 얘기의 주인공들이었지요. 서툴고 어설펐지만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펼친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많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잠시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무더위를 식히는 삶의 활력소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움츠리지 말고 그 도전과 모험의 세계에 자신을 주연으로 내세워 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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