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엄마의 골목>

「엄마의 골목」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

흐드러진 벚꽃으로 가득한 책 표지의 날개를 펼치면, 하나, 둘, 추억처럼 꽃잎이 내려앉는 지도가 펼쳐진다. 지도에는 진해에서 마산, 창원으로 이어지는 낯익은 지명들 사이로 저자와 엄마가 함께 걸었던 ‘엄마의 골목길’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지만 써야할 다른 이야기가 넘쳐났기에, 엄마가 간직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번번이 어겨왔던 저자였다. 하지만 60년 지기 친구의 부고를 전해 듣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이제 더 이상 그 약속을 미룰 수 없음을 깨닫는다. 저자의 고향이자 엄마의 삶이 깃든 사계절의 진해 곳곳을 함께 걷고 기억을 마주하며 쓴 에세이집 『엄마의 골목』은 이렇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쓴다.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 한다. 여고시절 걷던 철길, 학창시절 소풍을 다녔던 양어장길, 교사로 근무 했던 초등학교 앞, 그리고 만삭의 몸으로 오르내렸던 탑산길을 걸으며 엄마의 인생길도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아들은 그 길 위에서 그동안 다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사람’을 새롭게 발견한다.
 
걸을수록 그들의 이야기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위로 내려앉는 꽃잎이 되어 한겹 두겹 쌓여간다.  엄마가 죽고 아들이 죽은 후에도 골목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읽고 나누는 한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함께 보듬고 추억하면, 태우고 싶은 기억조차도 지키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엄마의 사진첩처럼 말이다.

내가 만약 다가오는 한가위에 어머니를 찾아뵙고 당신의 ‘골목’에 대해 여쭤보면, 우리 엄마는 어디로 가자고 하실까.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황금들녘 일까. 동무들과 밤, 도토리 줍던 뒷동산일까. “독자들도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걷고, 이야기하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디!”라던 마지막 장 속 저자의 말이 내내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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