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수사 공정하게 하되 조속한 마무리” 당부
‘KAI 정상화’ 표현 건의안에선 빠졌으나 한때 논란
상임위 등 절차 놓고 설전…신상발언 유감표명 이어져

사천시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16일 오전 임시회를 열고, 검찰의 KAI수사와 관련한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수사와 관련해, 사천시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16일 오전 이른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조속한 수사 마무리’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 개최 등 절차 문제를 두고 시의원간 유감 표명이 오가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시의원 12명 모두 대정부 건의안 채택 자체에는 동의했으나 채택과정에서 진통과 갈등을 시민과 언론 앞에 노출시켰다.


 

16일 오전 11시 본회의에서 이종범 부의장은 ‘항공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의안’ 제안 설명을 했다. 이번 건의안은 의회운영위 등을 거쳐 제목과 일부 문구가 수정된 것이다. 당초 10명이 서명한 KAI 경영정상화 촉구 건의안에서 박종권 의원과 최용석 의원의 의견을 반영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이종범(자유한국당) 부의장은 “사천시는 항공산업과 관광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으나, 최근 계속되는 조선산업의 불황과 함께 SPP조선의 직장폐쇄로 인해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KAI의 방산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가 미래 성장동력인 항공산업이 위축되거나 퇴보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사천시민은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과 항공MRO사업 등 지역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사업들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건의안은 구체적으로 △검찰수사는 명백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조속히 마무리 △항공MRO 사업대상지 빠른 시일내 지정 △APT사업자로 KAI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선정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줄 것 등을 건의했다. 건의문은 청와대, 대한민국국회,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방위사업청 등에 발송키로 했다.

시의회에서 채택한 최종 건의안(사진 왼쪽)과 당초 10명의 시의원이 서명한 건의안(사진 오른쪽)

이종범 의원의 제안설명이 끝나자 한대식 의장은 “최종 건의안에는 12명의 시의원이 건의안에 서명했음으로 상임위를 심의를 생략하고 의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용석(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의사 진행발언을 통해 “사천시의회 관례상 상임위를 열지 않았나. 이번 건의안 역시 상임위 거쳐서 하자”고 말했다. 김봉균(무소속) 시의원은 “본회의에 대정부 건의안이 상정된 부분이 문제가 있느냐. 건의안 하나 가지고 이래서야 되겠냐”고 되물었다. 결국 본회의는 정회됐다.

정회 시간에 산업건설위원회가 의장 동의를 거쳐 개회됐다. 산업건설위에서 이종범 부의장이 다시 제안설명을 했고, 별다른 토론없이 원안 통과됐다. 정회 시간에 사전예고 없이 상임위가 개최됐다며 일부 시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다시 본회의가 속개돼 한대식 의장이 시의원들의 동의를 구하자, 시의원들의 신상발언이 이어졌다.

첫 신상발언에 나선 김봉균 시의원은 “KAI 대정부 건의안이 준비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났다. 다들 시기가 엄중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건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오늘 우리는 사천시의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본회의에 바로 대정부 건의안이 상정한 것 자체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다시 상임위를 열고 다시 의견을 묻는 것 이해가 안 된다. 지금까지 시의회가 시민들로 지탄을 받은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모두 깊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석 시의원은 “처음에 의원 10명이 KAI 정상화 촉구 건의문을 제안했다. 내용을 보니 제가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미국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조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건의한다는 문구가 있다. APT를 대한민국이 결정할 수 있나. 트럼프가 결정할 수 있다. 사천시의회가 건의할 수 있는 사안인가. 이것이 사천시의회의 민낯이다. 그래서 수정안을 제안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KAI는 현재 정상화되어 있다. 전 정권의 방산비리와 문제점을 정상화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영애(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존경하는 최용석 의원님, 굳이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겠냐”며 “KAI 정상화에 대한 직원들 이야기 들어보셨냐.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들추어내서 시의회 위상을 무너뜨리는 것은 유감이다. 지난번에 최용석 의원이 발의한 수리온 구매 촉구 결의안은 상임위를 생략하고 정회 시간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통과시키지 않았냐.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대식 의장은 “시의원 세 분의 신상발언 내용 참고하겠다”며, 대정부 건의안 원안 가결을 선언했다.

시의회 본회의 종료 후 박종권 산업건설위원장은 “사실은 이번 건의문이 채택되기 전까지 의원 전체 동의가 없었다. 처음엔 이종범 부의장이 KAI 건의안을 대표발의해 직권상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제목도 KAI정상화 건의안으로,  마치 KAI가 정상화 안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회가 낼 수 있는 건의문을 넘어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MRO 지정 촉구 건의문은 과거 시의회에서 이미 한 차례 채택해 정부기관에 전달한 바 있다. APT는 미국 정부 건의사항이지 우리 정부에 올릴 사항은 아니었다"고 그동안의 갈등 배경을 설명했다. 박종권 시의원은 무소속이었으나 지난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대식 의장은 “당초 12명 다 건의안에 사인을 하면 본회의에서 바로 의결하자고 의회운영위에서 이야기됐다. 현행법상 상임위를 거칠 필요가 없지만 관례를 존중해 정회시간에 상임위가 열렸다. 결과적으로는 12명 모두 대정부 건의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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