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오, 멋진데!>

▲ 「오! 멋진데!」마리 도를레앙 지음 / 이마주 / 2017

항아리와 후라이팬을 모자처럼 쓰고, 호스와 전기코드를 목에 감은 채 한껏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는 두 인물이 표지에 등장한다. 표지부터 뉘앙스가 만만치 않은 책이다. 그리고 이렇듯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일러스트가 시종일관 굉장히 매력적인 어린이 그림책이다.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마리 도를레앙’이 우리 시대의 소비를 풍자한 이 책은 읽는 데에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이야기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을 파는 상인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아무도 그 물건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에 상인은 ‘구두잔, 양탄자모자, 소시지 줄넘기’ 등 물건들을 전혀 새로운 용도로 홍보해 팔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흥분하며 열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다. 점차 원래의 용도로 쓰이는 물건은 없어지고, 사람들의 일상은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유행을 따르기 위해 불편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 때 시장에는 또 다른 상인이 나타난다. ‘요리하는 냄비, 비를 막아주는 우산’처럼, 이번에는 원래의 용도대로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물건은 없었잖아.”라고 외치며, 사람들은 또 다시 열광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약간은 과장된 지극히 짧은 이야기지만, 현실의 우리 모습을 직시하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닌 책이다. 무채색으로 개성 없이 그려진 인물들과 화려한 색감으로 드러나는 물건들의 대비가 읽는 이의 통찰을 배가시킨다.

작가는 사람과 물건과의 관계, 유행을 쫓으며 증폭되는 소유욕, 남보다 돋보이고 싶은 과시욕 등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본성과 세태를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 말한다. “유행은 지나고, 물건은 변해요. 그러면 우리는 정말로 무엇을 고른 걸까요?”

채워도 채워도 입을 게 없는 옷장,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뒤쳐질까 서둘러 구입한 비슷비슷한 디지털 기기들, 유행이 지나 눈 밖에 난 많은 장난감 등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요즈음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다. ‘실용성’이 아니라 ‘마음의 필요’에 따르는 소비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한번쯤 주변을 돌아보고 우리가 무엇을 샀는지, 그리고 무엇을 사야 하는지 온 가족이 대화해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