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우리 아이들이 누구나 한결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환한 얼굴로 꺄르르 웃음을 내지르며 장난도 치고, 음악과 함께 손짓 발짓으로 춤을 추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연상해 봅시다. 보는 이도 덩달아 흐뭇해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녕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지요. 산을 넘고 가시밭길을 거쳐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면, 때론 미끄러지고 긁히고 엎어지고 피를 흘릴지라도 사람들은 그 길을 가고자 선택할 것입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짬짬이 시간을 활용해 도란도란 벗들과 숲길이나 오솔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노래도 부르면 참으로 좋겠지요. 이는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지만 현실 여건은 그렇지를 못하니 아쉽고 안타까움만 더할 뿐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폭은 좁지만 길이는 130m 정도 되는 기역자 모양의 정원이 있습니다. 사실 따져 보면 나무밭이라 함이 옳겠지요. 이유는 금목서 홍단풍나무 동백나무 소철 영산홍 무궁화나무 겹동백나무 등 대부분의 공간을 나무들이 차지하고 있고, 이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가이쓰카향나무인데 무려 열네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우뚝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남쪽 담장 옆으로 나이 지긋한 벚나무가 몇 그루 있어 그늘을 지어 시원한 쉼터를 제공해 주는 게 작은 위로이지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텃밭 가꾸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나무들이 즐비한 틈바구니에서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텃밭-다랭이밭-을 일궈 계절에 걸맞게 상추를 비롯해 고추 호박 가지 방울토마토 부추 피망을 심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흙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인데요. 아이들이 호미로 땅을 파서 골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김을 매고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수확하여 나누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참으로 감동하고 감사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땀을 흘려 얻은 대가를 통해 작은 공동체 삶의 가치를 맛보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섰습니다. 3D프린트와 드론, IT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결합, 인공지능, 생명과학 등의 연구와 활용이 미래 사회를 주도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지만 그것이 곧 행복한 삶 인간다운 삶은 아닙니다. 산업혁명의 혜택이 인정을 앗아가고 인간을 더 큰 물질만능주의로 내몰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4차 산업혁명이 가상에서 현실로 다가올수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텃밭 가꾸기는 비단 아이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흙을 만지고 생명의 진정성을 깨달아 감동하고 소통으로 정서의 평온을 찾는 작업은 매우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추구하는 인간의 참된 행복을 위해 텃밭 가꾸기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살피고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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