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바꾸어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진다’고 해 봅시다. 다소 뜬금없이 들릴 수 있는 이 표현의 참된 의미를 헤아리는 것은, 각박하고 감정이 앞서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천 냥이 오늘날 화폐 가치로 얼마가 되는 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실로 큰 액수의 돈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요. 그 큰 액수의 돈을 말 한 마디로 갚는다거나 혹은 진다는 얘기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아울러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큼을 인정한다는 전제와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이를 테면 몸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 병원을 찾아가 여러 검진을 받은 뒤 담당 의사를 만납니다. 신병에 관해 여러 얘기를 듣게 되겠지요. 이때 의사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은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상태가 위중해서 수술, 치료 그리고 식생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을 적에 환자의 마음은 참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야말로 의사의 권고나 조언이 환자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곧 희망일 수 있고 절망일 수 있는 지대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수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대통령 입후보자들의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도 있었고 선거 관련자들의 치명적인 막말도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인터넷 댓글 역시 예외가 아니었지요. 이 자리에서 익히 잘 아는 특정 개인이나 정당을 운운하며 비판하고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정치 활동을 하는 지도자나 단체 구성원으로서, 자신과 이념이 다르거나 의견 상충으로 감정이 상했다거나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하여 마구잡이로 말을 풀어내는 것은 국민 정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상대의 인격을 해치는 사람이 자신의 인격을 존중해 달라고 역설한다면 이는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요. 정보 매개체가 발달한 지금에 있어 한번 끄집어 낸 말은 유구한 시간이 흘러도 세간에 회자되곤 합니다.

인간을 일러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즉 언어적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굳이 나라의 지도자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과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별 뜻 없이 던진 말이 상대의 자존심에 상해를 입히고 나아가 목숨까지 위협하는 일은 특히 민주 시민을 표방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자신이 무심코 쓰는 말에 대해, 그 말의 거대한 힘에 대해 한번 성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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