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립 여사, 박재삼 시인 은관문화훈장·애장품 기증
박재삼 시인 유년의 추억과 시정신 재조명 세미나 눈길
제5회 문학상 수상자 이정록 시인 “눈물의 시학 잇겠다”

▲ 제19회 박재삼문학제가 7일과 8일 이틀 간 열렸다. 사진은 제5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 모습.

삼천포가 낳은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0년이 흘렀다. 유년의 ‘고향’을 돌아보며, ‘반짝이는 슬픔’을 노래한 시인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박재삼문학관에 모였다. 8일 제5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 겸 제19회 박재삼문학제에는 박재삼 시인의 미망인 김정립 여사도 함께 했다.

이날 김정립 여사는 남편의 문학을 기리고 문학제에 함께한 많은 사천시민과 전국의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 여사는 남편의 유품인 은관문화훈장, 애장품, 앨범 등을 사천시에 기증했다. 김 여사가 감사의 눈물을 흘리자 관객들도 함께 글썽였다. 행사장에는 눈물과 빗물이 교차했다.

올해 박재삼 문학상은 이정록 시인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이 수상했다. 이정록 시인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박재삼 시인이 추구한 해맑고도 아련한 살림의 시학을 정통으로 이어받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시상대에 선 이정록 시인은 박재삼 시에 얽힌 청춘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제 시는 지금, 서 말 눈물 중에 몇 알을 꿰었을까요? 앞으로 제가 여울 바닥의 ‘잠 안자는 조약돌’이 될 테니, 맑은 햇빛에 저를 꺼내어 비쳐주시지요”라며 “가다가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시지요. 당신의 뜨건 눈물을 말려 드리는 조약돌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꿰다가 남긴 수정눈물은 지극정성으로 제가 다시 잇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재삼 시인을 기리는 시낭송과 구영미 무용가의 창작춤 공연도 이어졌다. 여러 정치인과 문인들의 축사도 계속됐다. 주용환 경찰서장은 축사 대신 시를 읊으며 문학제의 의미를 더했다.

이보다 앞서 ‘박재삼 시 유년의 추억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문학관에서 열려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박재삼 시인은 고향 바다가 시원이며 궁극이라고 고백한다. 주체의 고백적 진술을 담은 체험시는 박재삼의 일관된 경향”이라며 “대다수의 시에서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그의 시는 향수를 통해 자아를 직면하면서 마침내 시인은 사랑에 이른다. 유년, 반짝이는 슬픔의 미학이 이룬 시적 경로”라고 평했다.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박재삼 시인은 ‘정신과 정서와 눈물과 시’로 표상되는 세계를 강렬히 지향한다”며 “그의 시는 물질문명과 생산제일주의 속도가 지배하는 현실로부터의 체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거부하고 현실에 부재하는 정신, 정서, 눈물, 시를 현현하기 위해 유년의 기억을 절대화하고 있다. 바다로 표상되는 세계를 통해 유년의 기억에서 촉발된 한과 눈물을 '반짝이는 것'으로 질적 변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박재삼문학제는 시인을 기리기 위한 박재삼 시 암송대회, 청소년 일반 백일장, 청소년문학상, 문학콘서트 등으로 진행됐다.

김경숙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장은 “박재삼 선생님 작고 20주기를 맞아 차분하게 문학제를 치렀다”며 “화려한 행사보다는 그의 시정신을 기리고, 문인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문학상 대상은 고양예고 김상희 학생이 차지했다. 일반부 백일장은 김해시 조정이 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학생 백일장과 박재삼 시 암송대회 수상자 명단은 박재문학제 다음 카페(http://cafe.daum.net/parkjaesam )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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