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굣길, 삼천포 중앙高 앞 풍경은 대충 이렇다. 우선 큰길부터 조명해 보자. 중앙고 정문 앞, 고성방향 신호등은 적색이다. 시내 쪽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멈출 줄 모르고 밀려든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도로에는 중앙분리대가 없었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불법이든 아니든 잽싸게 유턴을 시도하여 아이들을 무사히 내려주고는 여유롭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야속한 신호등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1차로에 줄지어 선 차량들의 대부분은 직진과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점등되면 유턴을 감행하여 아이들을 무사히 내려주고 가야하는 학부모들이다. 8시10분이면 어김없이 지각생이 되고 마는 아이들, 이 관문을 통과하려는 부모들의 각축전은 이 신호 범위 내에서 신속히 감행되어야만 하는 필사의 작전이다.

신호가 바뀌고 신속한 유턴을 감행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아차’하는 사고의 위험이 아슬아슬하게 반복된다. 먼저 유턴한 차량이 눈치 있게 좀 멀찌감치 앞서나가서 정차해 준다면 뒤차의 안전 정차공간이 마련되는 셈이어서 문제는 쉬워진다. 그런데 앞차의 배려가 없는 상황에서 유턴하는 차량들은 생각보다 녹록치 못한 앞차와의 거리를 의식하고는 자신도 질세라 유턴하자마자 정차하는 바람에 접촉등 사고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짧은 신호는 돌변하고, 간신히 진입한 차량들은 이리저리 엉켜 혼잡을 초래한다. 이 사이 시내방향 직진신호를 받은 차량들은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혼잡은 가중된다. 신호를 받지 못한 차량들은 여전히 좌회전 유턴을 기다려야 하므로 직진차량들의 흐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 아침마다 이 거사를 담당하고 있는 나도 긴장과 위험을 반복한다.

길 아래 농로도 예외는 아니다. 1차선 정도로 좁은 농로는 걸어 등교하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그 길에도 차량들의 행렬은 큰길을 능가한다.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느라 농로 한쪽으로 비켜선 아이들의 안전은 위태위태하다. 차량으로 인한 비산먼지도 이만저만 아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 야속한 차량들도 간혹 눈에 띈다. 비오는 날이면 아이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중앙고와 중앙여중의 아침 등굣길은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할 방안을 제안해 본다. 우선 통학교통지도를 강화했으면 좋겠다. 중앙고 앞 신호등을 아침에는 신호간격을 좁히거나 수신호로 변경함으로써 학생들을 태운 차량들은 건너편 도로에서 아이들을 하차시키고 수신호를 통해 바로바로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교통지도를 한다면 위험한 유턴상황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이 부분은 경찰과 협업을 통해 해결하면 좋겠다. 농로는 일방통행(등교시간만이라도)으로 정해 중앙고로 가는 방향만 이용토록 한다면 그나마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 이용호사천시 향촌동

도로를 통제하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종국적으로 운전자들의 주의가 더해져야 한다. 자기 아이 태워준다는 명분에 다른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면 결국은 모두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가급적 등굣길 차량운행을 자제하고, 불가피하다면 조금만 여유를 갖고 출발해  사고 예방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등굣길은 안전이 최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자식을 위한다는 일이 어쩌면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고 앞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앞 등굣길이 안전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부모들의 배려와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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