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삶의 굴곡을 거칠까요. 생활 환경이나 인생 여정이 달라 개인적인 편차의 폭이 크기는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행과 불행을 경험합니다.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어쩐지 행복한 일보다는 불행한 기억이 더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에 일어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아울러 분노하게 만들었지요. 이른바 밧줄 절단 살인 사건 말입니다.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중 음악 소리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밧줄을 끊어 5남매의 가장이 그만 추락해 숨지는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지요.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헤아린다면 그리고 한 걸음만 물러나 얘기를 나누고 감정을 추스르고 양보한다면, 가족의 가슴에 아니 온 국민의 가슴에 그같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사건이 일어날 리는 없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런 바람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는 느낌이 입맛을 쓰게 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과연 사람이 희망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박노해 시인의 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잠깐 음미해 보겠습니다.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 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시 속에서 말하는 이는 사람과 삶 모든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희망이고 길이고 좋은 세상이고 이미 사람이 다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요 확신이지요.

그렇다면 현실 또한 시 내용처럼 밝고 생각만 해도 신명나는 즐겁고 좋은 일로 넘쳐 날까요. 놀랍게도 주위에는 실의에 빠지게 만드는 절망스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희망을 노래하고 또 다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앞의 밧줄 사건으로 이야기를 되돌리겠습니다. 사건 발생 후 전국은 물론 해외 교포까지 삼천 명 이상의 국민들이 성금과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등 지금도 계속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이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아하, 이쯤 되면 사람이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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