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열한 계단」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 / 280쪽

세상에는 마음의 세계에 대해, 삶과 진리에 대해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모든 병에 정통한 의사처럼 해답을 제시한다. 공식처럼 들려주는 그 해답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고정관념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리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따르지 말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을 따르라고 현자들은 권한다.

이 책은 자신에게 던졌던 진리, 깨달음, 행복, 인생 등의 의미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삶에서 그 해답을 찾아낸 사례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찾은 답을 힘주어 주장하지 않기 위해, 그저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라며 속삭일 뿐이다. 그 속삭임은 삶의 길을 가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큰 울림을 준다.

총 51편의 산문에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과 여운이 녹아있다. 첫 산문에서 ‘퀘렌시아’라는 말을 소개한다.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안식처’라는 뜻으로, 힘들고 지쳤을 때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곳으로 자신만의 안정과 편안을 돕는 무언가를 이런 말로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에게 삶이 힘겹게 여겨지는 순간의 여행은 퀘렌시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의욕을 새롭게 충전하는 곳,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 사랑하는 이와의 설레는 만남, 이 모두가 우리 삶에서 퀘렌시아 역할을 한다.

저자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라고 한다. 가슴 벅차는 일을 하는 그 시간은 바로 퀘렌시아를 갖는 것이며 그것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려는,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자아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스스로 치유하고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평생 산다면 상처에 대한 기억만 안고 있을 것이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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