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6월의 농촌은 일손이 가장 바쁘다. 보리와 밀, 감자 등 곡식을 거두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으뜸은 모내기가 아닐까. 지금은 비록 형편없는 값으로 그 신세가 말이 아니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나라 먹거리의 근본이다.

벼농사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 모내기철이다. 모내기를 위해선 물이 필수. 그래서 옛 선조들은 크고 작은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확보했다. 물이 모자라기도 할라치면 잘 지내던 이웃끼리도 낯을 붉힐 만큼 예민하게 반응했음은 농촌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잘 알 일이다.

그런데 요즘 벼보다 더 귀하게 대접받는 놈이 있다. 바로 골프장 잔디다. 더구나 외국에서 들여와 사시사철 푸름을 유지하는 잔디는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한 모양이다. 그만큼 물을 많이 소모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지난해 사천CC가 인근 농업용 저수지에서 몰래 물을 빼 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른 바 ‘물 도둑질’ 행위가 있었던 건 그보다 2~3년 전이라 저수지 주인인 한국농어촌공사나 수사를 맡은 경찰이 과거 잘못을 다그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하수다. 농촌에서 지하수를 분별없이 많이 빼 써 고갈 사태를 빚는다는 소식은 잘 알려진 바다. 그리고 사천CC가 있는 서포면 일대는 농사용 물 부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천CC는 최초 승인 받은 것 이상의 지하수를 뽑아 썼음이 최근 밝혀졌다.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사천시도 책임을 방기했다.

전국의 대중골프장 중 영업이익률이 높기로 이름난 사천CC는 지난해 지하수 취수량을 늘리면서 수돗물 사용을 대폭 줄였다. 심지어 최소 5개월 이상 3만 원 남짓의 기본료만 낼만큼 수돗물 사용을 극도로 아꼈다. 이로써 남긴 수돗물값만 수천만 원이다.

이 소식을 듣는 농민들은 허탈해 한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 달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골프장 지하관정은 농업용에 비해 훨씬 깊이 파고 들어가 더 많은 물을 빼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사천CC뿐 아니라 타니CC 등 관내 다른 골프장의 지하수 관리 실태도 꼼꼼히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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