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흔히 사람들은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를 기분 나쁘게 혹은 삐딱하게 들으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요. ‘아니 이미 사람인데 무슨 사람이 되란 말이냐?’ 혹은 ‘너나 사람이 되세요.’ 아니면 ‘지(자기)는 뭐 사람인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다분히 감정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겠지요. 대화나 강의의 앞뒤 맥락을 잘 짚어 이해하면 그 참뜻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사람됨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줄여서 이르는 말인데, 이는 사람이 하는 동작이나 꼴을 뜻합니다. 한자어로는 인품人品이라 하겠지요. 요즘 사회와 학교에서 많이 쓰는 인성 즉 인간의 성질과 품격이라 해도 괜찮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됨이란 말이 함유한 성분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 헤아려 볼까요.

중국 당나라 태종은 인재 등용을 위해 과거제도를 실시했습니다. 물론 훌륭한 인물을 찾아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위해 쓰겠다는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사실은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더 강했던 것이지요. 아무튼 과거제도를 계기로 인재 등용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습니다.

‘신’은 신체가 지니는 외모와 풍채를 말하고,
‘언’은 자신의 주장을 올곧게 표현하고 논리적인 근거로 이치에 맞게 하는 말을 뜻하며,
‘서’는 글을 쓰고 글을 짓는 솜씨를 의미하며
‘판’은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옳고 그른 판단력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때 과거제도를 도입하여 위와 같은 준거를 바탕으로 충직한 문신관료를 선발하였는데, 지금도 사람을 가려 뽑는 데에 이 ‘신언서판’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됨을 갖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것 또한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와 자신을 낮추는 마음을 인내하고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사람들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사람됨과 관련한 말을 함께 음미해 볼까요.

‘사람 인’자를 여섯 개 펼쳐 놓았네요.
‘人人人人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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