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출신 차숙자 씨 <그리운 밥상> 문집 펴내
굴곡 많은 현대사 평범한 주부의 삶…시와 산문으로

차숙자 씩 펴낸 <그리운 밥상> 문집.

“어느덧 코앞에 와 서는 세월 / 사랑으로 덮고 싶어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상// ‘어미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만 / ‘사랑하는 마음’은 빼앗아 갈 수 없으리라.” - <그리운 밥상> 중에서

사천읍 출신 한 80대 어르신이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시와 산문으로 풀어냈다. 80 평생 써둔 애틋한 시와 산문은 <그리운 밥상>이라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달 문집을 낸 차숙자(86)씨가 그 주인공.

차 씨는 지역사회에서 작가로 활동하거나 등단을 한 작가는 아니다. 많은 이가 그러했듯 한때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의 소설, 푸시킨의 시를 접하며 감성을 키우던 문학소녀였다. 한국전쟁으로 배움을 접고, 이 땅의 다른 평범한 이들처럼 남편을 뒷바라지했고, 자식들을 길러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상의 소소함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소중하게 보관했다는 것.

개인의 기록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된다. 차 씨의 문집에는 시대상을 증언할 수 있는 사진과 흔적, 당시를 기록한 글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릴 적 사천에서의 추억부터 남편이 세상을 떠날 당시 추도문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한국전쟁으로 끊긴 배움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70세가 넘어 경상대평생교육원을 다녔고, 73세가 되던 해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합격하기도 했다.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담담한 일상이 문집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림부터 한국전쟁 당시 일들,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면서 느낀 일, 노년에 다시 시작한 배움의 즐거움, 손자와 손녀에 대한 마음 등을 담은 설비문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해 자식들은 어머니의 글을 예사로이 보지 않고 문집을 내기로 권했다. 차 씨의 차남 김호준 씨는 문집 발행 실무를 맡아 글을 찬찬히 모으고, 편집했다. 현재 삼천포여중 교사로 재직 중인 김혜정 씨는 문집에 실릴 그림을 내어놓았다. 손녀도 할머니의 글을 한글 타자 작업을 하는 등 온가족이 도왔다.

차숙자 씨.

가족이 힘을 모으자 책은 금방 세상에 나왔다. 지난 4월 말 지인과 차 씨의 가족들은 조그만 출판 기념회 행사를 가졌단다. 차 씨는 현재 아들과 함께 진주에 거주하고 있다.

문집을 기획한 김호준 씨는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 굴곡 많은 현대사를 찬찬히 이겨낸 민초의 삶, 어머니의 삶이 문집에 녹아 있다”며 “어머니가 소녀시절 접었던 꿈을 늦게나마 펼쳐드리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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