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언제부터인가 식상할 만큼 ‘정치 영화’가 흔해졌다. 5월 장미대선과 맞물려 개봉한 <특별시민>도 정경유착을 그린 이른바 한국형 정치 영화다. 이미 <아수라>, <마스터>, <더킹>으로 진을 뺀 관객들이 다시 <특별시민>을 향해 지갑을 열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그 이유는 단순할 것이다. 재미! 극장을 찾은 한 관객에게서 “내부자들만큼 재밌지는 않겠지?”라는 말을 들었다. 아, <내부자들>은 이미 한국영화의 어떤 기준점이 됐나보다. 뭐, 중요한 건 아니고.

<특별시민>은 개봉 전부터 호화캐스팅으로 입소문에 올랐다. 최민식과 곽도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소구력을 지니는 걸출한 두 배우에 문소리, 라미란, 심은경, 류혜영 그리고 <메이즈 러너>의 한국인 배우 이기홍까지, 이들의 캐릭터 밀도에만 집중해도 절반은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만 고군분투할 뿐 맥 빠진 설정에 아쉬움만 남는다. 심지어 가열차게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캐릭터마저 있다.

어떻게 보면 <특별시민>은 장미대선이라는 이슈를 타고 개봉했으니 순풍에 노만 저으면 될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고 광고하던 <마스터>가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킨 최씨 모녀 게이트에 물먹은 것처럼 반대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래도 그럴 공산이 크니까.

흔히 선거에서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골라야 최악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특별시민>에서는 선대위원장 심혁수(곽도원)의 입을 빌려서 “선거는 똥통에서 진주를 건져 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영롱한 빛깔을 가진 진주도 흙탕물에 빠지고 나면 제 빛을 잃는다. 하물며 눈길 돌리기조차 끔찍한 똥통이라면 어떨까.

온 몸이 썩어 문드러진 정치범들이라면 진주의 빛을 가리기 위해 똥통을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네거티브 선거전을 벌이는 이유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온갖 비방이 난무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으니, 유권자들은 밝은 눈으로 똥통에 빠진 진주를 건져야 한다는 크나큰 사명을 가졌다. ‘죄 저지르는 놈 따로, 수습하는 놈 따로’라고 난장판 만드는 놈의 잘못은 뒤로하고 선택의 책임만 유권자에게 떠넘기는 꼴이지만, 일개 유권자 따위(?)가 뭘 할 수 있으랴. 이러나저러나 정치영화가 정치혐오증을 부추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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