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나는 지하철입니다>

▲ 「나는 지하철입니다」김효은 글, 그림 / 문학동네 / 2016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일상에 지쳐 터벅터벅 걷는 사람, 누군가와 재잘재잘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가는 사람 등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태우는 지하철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엔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타고 있다.

직장에 늦을까봐 열심히 달리는 완주씨는 딸 아이 얼굴 한 번 더 보고 오느라 정신없이 달려서 겨우 지하철을 타고, 제주에서 올라온 할머니는 보따리를 꼭 품에 안고서 딸네 집에 가기위해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누군가에게는 마냥 예쁜 막내딸인 유선씨는 어느 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구로동에서 구둣가게를 하시는 재성아저씨는 지하철을 타서도 사람들의 발끝을 보게 된다. 핸드폰만 보고 지하철을 탄 나윤이는 학교를 마친 후 하루 종일 학원에 시달려 자리에 앉자마자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고개는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 얼굴만 봐도 순박한 도영씨는 어디로 가야할지,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앞날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지하철에 올라탄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섬세하게 표현해놓아서 마치 우리가 그림 속 지하철에 몸을 싣고 그 사람들을 앞에서 마주하듯 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 사연 하나하나에 웃음도 나고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는 김효은 작가가 3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작업하여 펴낸 첫 창작 그림책이다. 문득 길 위의 사람들을 본 작가는 주름진 손을, 가지각색의 얼굴을, 다양한 표정의 발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하였다. 길 위에 있던 사연이 그림으로 하나 둘 쌓이면서  가까이 있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는 또 다른 사연들을 담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올라탄다. 그리고 지하철에 스며든 오후의 햇빛은 그림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지하철에 탔던 사람들처럼 우린 오늘 어떤 이야기를 안고 다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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