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포스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나이에 따라서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는 B612라는 행성과 그 별을 지키던 장미와 여러 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동화적 상상력을 키우게 되지만,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는 어른의 사고방식으로는 다르게 읽힌다는 거다. 사유의 폭에 따라 경험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것일까.

뜬금없이 ‘어린 왕자’를 이야기한 이유는, 세대별로 다른 감상을 준다는 영화 <클로저> 때문이다. <졸업>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의 2004년 작 <클로저>가 명작 재개봉의 열풍에 힘입어 다시 극장에 걸렸다. 호평 받았던 좋은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니 팬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Demia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와 The Devlins의 World Outside를 크게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십대들의 청춘로맨스가 아니라 진지한 사랑을 하는 성인을 위한 로맨스를 생각하며 <클로저>를 만들었다고 한다. 4인4색의 특별한 사랑을 통해 진실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관해 시선을 맞췄다. 일생에 단 한번밖에 없을 것 같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 또 한 번 찾아온다면, 그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사랑의 정의를 과연 누가 내릴 수 있으랴만, 감독은 극 중 앨리스의 입을 빌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 그게 있다면 한 번 보여줘 봐”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던 눈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것은 시커먼 바닥의 이기심이다. 서로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기만 한다. 그래서 사랑의 환상을 믿는 이에게는 너저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며, 세월의 더께를 가슴에 쌓아둔 이에게는 잊고 있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든다. 이것이 감독이 진정 원했던 것이라면 성공적이다.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의 하나 “Hello, stranger?”를 다시 보는 것은 굉장히 즐겁다. 지금은 머리가 벗겨져 볼품없어 졌지만 미남의 대명사로 불렸던 주드 로의 멋진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풋풋한 나탈리 포트만도, 우아미를 뽐내는 줄리아 로버츠도,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를 녹이는 클라이브 오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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