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총, 균, 쇠 >

▲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 문학사상 / 2005

『제3의 침팬지』에서 ‘인류는 과연 멸망하고 말 것인가’라는 인간 역사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제시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새로운 물음에 답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문명 불평등의 원인으로 환경에 주목하며 생태지리학, 생태학, 병리학, 진화 생물학, 문화인류학 등을 통해 그 원인을 폭넓게 들려준다.

이 책은 1만 3000년 간 인류 역사에 미친 지리적 영향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최종 빙하기가 끝나던 B.C. 1만 1000년경까지는 아직 모든 대륙의 인간이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의 식민지 확장이 막 시작되던 A.D. 1500년 경, 각 대륙들은 과학기술과 정치조직에서 이미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고, 유럽·아시아·북부아프리카의 대부분은 쇠붙이를 사용하는 국가 또는 제국을 이루었으며 그중 일부는 초기 산업화의 문턱에까지 도달했다.

이렇게 수렵·채집 단계를 넘어 산업화된 사회들은 문자와 과학기술, 조직화된 정부형태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바다와 육지에서 모험을 하고 대량학살이나 질병의 유입을 통해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면서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 지난 500년 동안 행해진 유럽인의 비유럽인에 대한 정복을 들 수 있고, 이와 유사한 세력 확장의 예는 인류 역사상 드문 일이 아니다.

저자는 A.D. 1500년경에 이미 시작된 그와 같은 기술적·정치적 차이가 바로 현대 문명의 불평등을 낳은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았다. 즉, 이 모든 문명 불평등의 요인으로 지금껏 주로 거론되던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대신, 지리적 환경 차이를 주요인으로 들면서 명쾌한 분석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문명 발달에 대한 새로운 이론 제시로 미국의 퓰리처상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책은,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들을 통해 우리 미래를 위한 값진 교훈들을 풍부하게 들려주고 있다. 또한 한두 장 읽다보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만큼의 속도감 있는 문장도 압권이다.

 ‘지구촌 전체를 하나의 대중소비사회로 변모시키는 세계화가 더 깊고 넓게 이루어지는 21세기에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공감이 된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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