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련, 23일 주민·전문가 간담회 열어
습지보호구역 지정 필요성 의견 엇갈려

개발과 보존의 논리가 대립해 온 사천 광포만의 생태관광 자원화가 가능할 것인가.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대 곤양천 하구와 사천만이 만나는 광포만은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지이자 남해안 대표 갯벌이다. 또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이다. 이 광포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 ‘광포만, 생태관광 자원화’ 주민 간담회 모습.

경남환경운동연합과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23일 오후 곤양면사무소에서 주민과 환경단체‧사천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의 보물 광포만, 생태관광 자원화와 보호구역 지정 가능한가?’를 주제로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3명의 전문가가 주제발표를 했다. 윤병렬(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대표) 전 사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광포만의 생물다양성과 보호구역 지정 필요성’에 대해 “광포만의 생태계는 살아 있다.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경관적 가치와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로 생물다양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옛 선조들의 삶터로써 역사적 가치와 재첩, 백합 등 각종 어패류 서식처로 경제적 가치, 갯벌의 교육적 기능으로 체험학습장의 가치까지 광포만이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천시 공무원 출신인 김인철 환경운동연합 생태위원은 ‘순천만 보존과정과 주민의 삶’ 주제발표를 통해 순천만의 생태관광지역 지정 과정과 순천만 습지보전 및 지원사업 조례 제정 경과, 주민의 소득사업, 그리고 순천만의 미래 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순천만을 보고 갈대를 심는 우를 범하는 곳이 있었다. 순천만의 핵심은 갈대가 아니다”며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이 주고받았던 대화와 이야기들, 그 지난한 과정이 있는 자리가 주인공이었다. 그것이 행정력과 주민참여를 이끌어 냈고 관광객들이 그것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유영업 섬갯벌연구소 부소장(생태관광협회 이사)은 ‘생태관광 어떻게 할 것인가-주민이 행복한 생태관광 선순환 모델’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전남 신안군 증도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생태교육 교재·교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이 와서 배워갈 수 있고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며 “체계적으로 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지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 주제발표를 한 3인(왼쪽부터 김인철, 유영업, 윤병렬 씨)

반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곤양발전위원회 소속 한 주민은 “남강댐 건설 후 광포만의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산업화의 여파를 막으면서 생태공간 유지가 가능한가? 예산 확보를 위한 실질적 노하우가 있는가?”라며 생태관광지 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주민은 “광포만의 환경은 살아있지 않다. 생태를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선거 때마다 공약을 내놓는 정치인들에게 많이 속았다. 사천시와 조율을 한 후 이번 간담회도 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봉균 시의원은 “광포만 매립 후 공단을 조성하자는 생각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닫혀 있는 마음을 열어 생태관광지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병렬 전 의장은 “오늘 자리는 첫 단추를 낀 것이다. 주민의견을 묻는 동의 절차를 시작할 것이고, 시와 시의회가 참여하는 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곤양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

경남환경련 관계자는 “최근 습지보호구역지정 등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하여 주민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와 환경부 등에 정책제안서를 보내는 등 광포만의 지속가능한 활용에 대한 여론을 모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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