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영화란 무릇 취향 따라 보는 것이지 좋은 영화 나쁜 영화가 어디 있느냐라는 의견에는 큰 맥락에서 동의하지만 그래도 표 값과 시간은 아깝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즌>은 타박하기에도 칭찬하기에도 애매한 불편한 영화다. 빤한 스토리와 대놓고 남발하는 클리셰에 저절로 눈이 감기다가도 배우의 신들린 연기에 눈이 번쩍 뜨이니 말이다.
 
<프리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굳이 영화 제목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알만한 여러 편의 영화가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흥행공식을 차용한 것이라면 다행일 텐데, 식상함만 베껴왔나 보다. 그런 와중에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 중에 하나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연기자가 끌고 가는 억지상황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설정이 비슷한 만큼 참신한 연출이나 기시감을 무너뜨리는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토리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런데 캐릭터도 겹치고 줄거리도 겹치고 심지어 주제마저 겹친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작가 출신 감독의 데뷔작이다. 처음이니 그간 마음에 두었던 모든 것들을 구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넘쳤을 것이다. 그 욕구가 절제와 조율을 잃을 때 영화는 산으로 간다. 다만 <프리즌>을 두고 호평은 아니어도 혹평은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은 전적으로 배우, 특히 199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견인했던 한석규 때문이다. <초록물고기>,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등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보며 울고 웃었던 기억은 정말 소중하다. 하지만 섣부른 팬심이나 감상이 첨가된 낭만적 추억만이 이유는 아니다. 한석규가 영화를 대하는 자세에 동의를 넘어 존경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석규의 필모그래피 중 절반 정도는 신인감독의 작품이다. 또한 그가 시나리오 작가를 대하는 자세는 각별하고 남다르다.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는 있어도, 반대로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영화계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시나리오 작가나 대본에 들이는 공이 그야말로 처참무인지경이었으니,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전’을 만들고 양질의 시나리오를 발굴해서 한국 영화계의 발전에 기여한 배우 한석규의 공헌은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가 나오는 영화, 드라마는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나 현재 분위기상 쉽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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