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얼마 전 시외버스(완행)를 타고 요금을 내려는데 버스기사가 입구에 설치된 ‘요금통’을 가리키며 직접 넣으라 한다. 시내버스에 설치되어 있는 요금통이 시외버스에도 설치되어 있으니, 이용객이 요금을 지불하기도 쉬워지고 거스름돈을 받기도 훨씬 편리해졌다. 그렇지만 시외버스에 설치된 그 요금통이 반갑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후보가 경남도지사로 당선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매일 완행 시외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입장에서는 선출된 도지사가 내건 ‘교통카드 한 장으로 경남 어느 곳이라도 다 갈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사실 현금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완행버스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잔돈으로 요금을 준비 못했을 경우에는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서 한참을 문 앞에 서 있어야 한다. 물론 잔돈을 준비 못한 것을 두고 버스기사가 불평을 하지는 않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요금을 주고받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정말 아깝다. 동전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동전을 찾아 줍느라고 한바탕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터미널에서는 발권을 하면 되지만, 정류소 마다 이용객이 내리고 타는 완행버스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지사의 이 공약은 실천되는 것처럼 보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남도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시외버스 교통카드 도입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이르면 2012년 상반기 중에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교통카드 전국 호환화에 대비하고 민선 5기 공약인 대중교통 광역교통체계 기반확충 사업의 일환이다’라는 내용이 기사화되어 있다(뉴스 사천, 2012년 4월 18일). 그 후에 시외버스에 차례로 단말기가 설치되었다. 2013년 1월 뉴스사천은 ‘삼천포-진주간 직행 시외버스 교통카드 사용 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 보냈다. 교통카드 도입이 가시화 되는 듯하였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었다. 직행버스에 설치되었던 단말기는 그나마 커버를 벗고 한 때 그 자태를 보여 줬지만, 완행버스에 설치되었던 단말기는 커버 한번 벗어보지도 못했다. 먼지만 잔뜩 뒤집어쓰고 운전석 옆에서 꺼떡거리면서 승하차만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버스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재원과 노력이 이대로 버려지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좀 더 억울하다.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완행버스 이용자는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마저 받을 수가 없다. 이 뿐 아니라 환승을 할 경우에도 대도시에서와 같은 할인을 받지 못한다. 시외버스에 요금통이 설치된 것과 교통카드 도입은 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갑자기 등장한 요금통을 애꿎게 자꾸 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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