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과 휴일 국민들의 관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후 박 전 대통령이 ‘승복’ 할지, ‘불복’ 할지가 궁금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에서 법치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불복’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은 시민들이 많았다.

민간인 신분이 된 후에도 당장 청와대를 떠나지 않던 박 전 대통령은 휴일 저녁 사저로 돌아갔다. 당연히 국민들의 눈과 귀는 TV에 몰렸다. 골목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친박’ 의원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다. 그의 표정에서 국정 혼란의 책임감이나 반성의 기색, 하물며 자신의 지지자 3명의 사망에 대한 미안함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헌재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의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고 국민들의 기우는 현실이 됐다. 그는 당장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치열한 법적 다툼만 예고했다. 물론 억울한 점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 자신의 잘못으로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고 국민 절대다수가 이제는 화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는 상황을 생각하면 정치인으로서 자세는 분명 아니다. 자신의 불복으로 소위 ‘태극기 집회’가 주말마다 계속돼 그들이 스스로 호칭하는 ‘애국 시민’의 폭력사태로 이어질지 심히 우려스럽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재에 대한 부정이다”고 박 전 대통령은 말했다. 그랬던 그가 헌법을 모독했다. ‘헌법을 수호한다’는 취임식 선서를 어겼다. 또 헌재 최후변론 서면진술에서 “어떠한 상황이 오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역시 거짓말이 됐다. 그에게 마지막 애국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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