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온갖 음모와 스캔들이 지뢰처럼 깔려있는 할리우드, 그 무지막지한 생태계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인생에서 중요한 한 가지쯤은 가볍게 버려야한다고들 생각한다. 그것이 사생활이건, 본래 가졌던 인간의 품성이건 간에. 그리고 느리게 가는 에스컬레이터보다는 빠르게 상향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 조금이라도 먼저 그 정점에 서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굳이 옐로페이퍼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할리우드라는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쉼 없이 부침하는 스타들의 탄생과 소멸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 휴 잭맨은 이른바 할리우드 스타와는 조금 다르다. 약물이나 가십에서도 자유롭고 사생활 또한 지나치게 반듯하다. 이른 바 할리우드판 바른생활 사나이, 그런 휴잭맨의 인생캐릭터가 ‘울버린’이다. 호주출신 무명배우이던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울버린 또한 그를 통해 더 풍부하고 단단해졌다. 그 17년에 대한 종언이자 헌사가 <로건>이다.

영화 리뷰를 쓰기 어려운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감히 리뷰 따위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범접하기 어려운 훌륭한 영화이거나 그 반대이거나. <로건>은 그 분류에 해당되는 영화도 아니건만 리뷰를 쓰기가 어렵다. 영화를 보는 도중 내내 먹먹하고 말미에서 흘렸던 눈물의 잔상이 아직도 떠나지 않은 채 가슴에 머물고 있는 까닭이다. 딱히 마블 덕후도 울버린 광팬도 아닌데 팬이면 오죽하랴.

로건이 살고 있는 공간은 가까운 미래다. 늙고 다리까지 저는 늙은 슈퍼히어로는 리무진택시 대리운전을 하면서 치매가 온 자비에 교수를 돌보며 살아간다. 슈퍼히어로의 몰락이라는 설정과 심리 상황이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와치맨>도 떠오르지만 로건은 조금 더 현실적이다. 몸도 마음도 늙어버린 로건과 그의 상심과 상실의 역사를 보여주는 배우 휴 잭맨의 궁합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훌륭하다.

<엑스맨>의 투쟁의 역사를 한 몸에 새긴 채 17년을 함께한 울버린은 늙어버린 배우 휴 잭맨에게서 떠났다. 더 강력한 클로를 장착하고 더 젊고 새로운 외형을 한 울버린의 후예가 재등장하겠지만, 영화처럼 절망과 먼지가 가득한 근미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휴 잭맨,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다. 그의 헌신에 아낌없는 헌사를 던진다. “고마워요, 로건” 그리고, “잘 가요, 잭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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