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인 듯 직원 아닌 택시기사가 ‘수두룩’
‘지입’ 드러난 택시업체에 추가 위법 의심
배차일지엔 16명인데 직원카드엔 8명뿐
사천시 “지금이라도 택시업체 전반 조사”
택시노조 “서류만 확인해도 될 걸” 분통

▲ 택시 지입제 협의가 드러난 A사의 2014년도 8월의 배차일지(16명, 위)와 국민건강보험 2014년도 직장가입자 보수총액 통보서(8명, 아래) 사이에 인원 차이가 크다.

법원의 판결로 최근 불법 지입택시 운행이 드러난 사천의 한 택시업체 A사. 이 업체가 실제로는 더 많은 지입제 또는 도급제 택시를 운행했을 것이란 의구심이 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해당 업체의 택시기사 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2014년 2월 14일자 1면)

A사에서 2013년 8월부터 1년간 지입제 계약을 맺고 택시 불법 운행을 했노라 고백한 정승태(60) 씨는 최근 자신의 수사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A사의 국민건강보험 2014년도 직장가입자 보수총액 통보서를 보면 직원이 8명뿐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 씨가 일을 시작했던 2013년 9월의 A사 택시 배차일지에는 기사가 20명 등장하고 2014년 8월에도 16명이 근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결국 정 씨를 포함한 절반 이상의 기사들은 정상 직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채 운전대를 잡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해당 업체 대표 B씨는 “지입제나 도급제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기사들은 몇 달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어 직원 등록을 아예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에 대해선 정상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승태 씨는 “내가 근무할 때 기사가 20명 쯤 됐는데, 이제 보니 나보다 오래 근무한 사람도 고용 명단에 빠져 있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시는 당시 내 주장을 묵살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노골적으로 업체만 편들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씨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2조 명의이용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 자신 또한 공동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에 이 사실을 제보해 2015년 말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정 씨는 이를 수용했지만 A사와 업체 대표 B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1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지난해 말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사천시는 A사에 ‘택시 1대 감차’라는 행정처분을 내렸고, 관련 택시업계나 시민사회로부터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논란과 지적이 잇따르자 사천시 교통행정과 측은 “지금이라도 택시업계 전반에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의 범위에 관해선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전국택시산업노조 사천시지부 정정배 지부장은 “몇몇 기본 서류들만 확인해도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금방 들어난다”며 “시가 계속 뜸을 들이면 연맹 차원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국민주택시노조 사천택시분회 서현호 위원장은 “지금도 사천의 택시업체들 중에는 지입이나 도급으로 일을 하는 기사들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있다”며 “택시업계 전반의 자정을 위해서라도 행정의 강력한 조사와 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천시는 시장에 택시가 과잉공급 되어 있다는 진단에 따라 2014년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택시 감차보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가 희망하는 경우 택시면허 1대를 없애는 대신 1900만 원의 보상비를 지급한다. 이미 2014년 13대, 2015년 8대를 감차한 바 있다. 지난해는 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희망 업체가 없어 감차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시는 오는 2022년까지 77대의 택시면허를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따라서 “시민의 세금으로 택시업계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도 좋지만 엄정한 지도단속과 관리로 택시면허를 줄이는 방법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시민사회 일각의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사천시에 등록된 택시는 531대이며, 이 가운데 개인택시가 325대, 업체의 일반택시가 206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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